물가와 구매력
통장에 찍힌 숫자는 그대로인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소리도 없고 고지서도 오지 않는 이 손실이 물가 상승이다. 이 장은 물가를 어떻게 재는지, 왜 통계와 내 느낌이 다른지, 같은 물가 상승이 현금을 가진 사람과 빚을 진 사람에게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직접 숫자를 움직여 가며 확인한다.
- 물가 상승률이 구매력을 어떻게 깎는지 장바구니와 녹는 지폐로 본다.
- 소비자물가지수가 품목 가격과 가중치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나만의 물가를 계산해 본다.
- 근원물가와 체감물가가 공식 물가와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 명목과 실질을 구분하고, 72의 법칙으로 돈의 가치가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어림한다.
- 인플레이션이 현금·예금·연봉·빚에 주는 효과를 비교하고, 디플레이션과 초인플레이션의 사례를 안다.
같은 만 원, 줄어드는 장바구니
지갑에 만 원이 있다. 오늘 동네 마트에서 라면, 콩나물, 사과, 두부, 바나나, 우유를 하나씩 담으면 딱 만 원이다. 그런데 이 만 원을 서랍에 넣어 두고 몇 년 뒤에 같은 마트에 가면 어떻게 될까. 지폐는 그대로 만 원이지만 물건값이 올라 있다.
물건값이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 하고, 그 속도를 물가 상승률(Inflation rate)이라 한다. 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을 구매력(Purchasing power)이라 한다.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은 떨어진다. 같은 말을 거꾸로 한 것이다.
아래에서 물가 상승률을 정하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해가 바뀔 때마다 모든 물건값이 그만큼 오르고, 만 원 안에 들어가지 못한 물건은 장바구니 밖으로 밀려난다.
장바구니: 만 원으로 담을 수 있는 것
물가 3%는 1년 단위로 보면 아주 작다. 만 원짜리 장바구니가 1만 300원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비율이 해마다 앞의 오른 값 위에 다시 붙는다. 그래서 장바구니 값은 직선이 아니라 점점 가파르게 오르고, 만 원의 구매력은 점점 완만하게 줄어드는 곡선을 그린다. 이 "앞의 결과 위에 다시 곱해지는" 성질이 4장에서 다룰 복리와 똑같은 구조다. 복리가 저축을 키우는 힘이라면 물가는 같은 힘으로 현금을 깎는다.
물가는 어떻게 재는가: 소비자물가지수
"물가가 3% 올랐다"는 뉴스의 숫자는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세상에는 수만 가지 물건과 서비스가 있고, 어떤 것은 오르고 어떤 것은 내린다. 이것을 숫자 하나로 줄이는 장치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다. 가계가 실제로 사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을 모아, 많이 쓰는 것일수록 크게 반영되도록 평균을 낸 지수다. 한국에서는 국가 통계 기관(통계청, 2025년 10월부터 국가데이터처)이 매달 발표한다.
세 번째 단계의 가중치(Weight)가 핵심이다. 가계가 한 달에 쓰는 돈 가운데 전·월세와 외식이 차지하는 몫은 크고 소금이 차지하는 몫은 아주 작다. 그래서 소금 값이 두 배가 되어도 지수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집세가 5% 오르면 지수가 눈에 띄게 움직인다. 가중치는 가계 지출 조사로 정하며, 전국 평균 가구의 지출 구조를 따른다. 집을 사는 비용(자가 주거비)은 지수에 들어가지 않고 전세·월세는 들어간다는 점도 알아 둘 만하다.
문제는 나는 평균 가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회초년생은 월세와 외식 비중이 크고, 아이를 키우는 가족은 식료품과 교육비 비중이 크고, 은퇴한 부부는 의료비 비중이 크다. 아래에서 막대를 끌어 지출 비중을 바꾸면 같은 해의 같은 가격 변화가 사람마다 다른 물가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중치 바구니: 나만의 물가
같은 해, 같은 가격 변화인데 사람마다 물가가 0.5%p 가까이 차이 난다. 공식 물가는 틀린 숫자가 아니라 평균 가구의 물가다. 내 지출 구조가 평균에서 멀수록 내 물가도 공식 물가에서 멀어진다. 7장에서 가계부를 쓰면 내 지출 비중을 알 수 있고, 그것으로 나만의 물가를 어림할 수 있다.
체감물가와 근원물가: 왜 내 느낌과 다른가
공식 물가가 2%라는데 장 보러 가면 다 오른 것 같다. 이 느낌은 착각만은 아니다. 첫째, 앞 절에서 본 것처럼 내 지출 구조가 평균과 다르다. 둘째, 사람은 자주 사는 물건의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를 느낀다. 커피, 점심, 버스비는 매일 영수증으로 확인하지만 냉장고나 노트북은 몇 년에 한 번 산다. 지수는 쓴 금액으로 무게를 매기고, 느낌은 산 횟수로 무게를 매긴다. 셋째, 오른 가격이 내린 가격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래에서 영수증이 쏟아진다. 대부분은 자주 사는 품목의 작은 영수증이고, 가끔 비싼 가전 영수증이 섞인다. 두 그룹의 가격 변화를 정하고 오른쪽의 두 막대를 비교한다.
영수증 장수로 느끼는 물가
통계 당국도 이 차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자주 사고 지출 비중이 큰 약 140여 개 품목만 모은 생활물가지수를 따로 발표한다. 체감과 더 가까운 지표다. 반대로 물가의 큰 흐름을 보고 싶을 때는 날씨와 국제 유가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품목을 빼고 본다. 이것이 근원물가(Core inflation)다. 한국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지수, 그리고 국제 비교용으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지수를 함께 발표한다.
왜 빼는가. 태풍이 와서 배추값이 두 배가 되거나 중동 정세로 기름값이 치솟으면 전체 물가는 크게 출렁인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몇 달 뒤 저절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할 때 이런 일시적 출렁임에 매번 반응하면 정책이 오락가락한다. 아래에서 에너지 가격의 흔들림을 키워 보면 전체 물가와 근원물가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보인다.
전체 물가와 근원물가
| 지표 | 무엇을 담나 | 어디에 쓰나 |
|---|---|---|
| 소비자물가지수 | 가계가 사는 약 460개 품목, 지출 비중으로 가중 | 공식 물가 상승률, 연금·임금 조정의 기준 |
| 근원물가 | 농산물·석유류(또는 식료품·에너지)를 뺀 지수 | 물가의 기조 판단, 통화정책 |
| 생활물가지수 | 자주 사는 약 140여 개 품목 | 체감 물가에 가까운 참고 지표 |
| 신선식품지수 | 채소·과일·생선 같은 신선 식품 | 날씨·계절 충격 파악 |
| 생산자물가지수 | 기업끼리 거래하는 원재료·중간재 가격 | 몇 달 뒤 소비자물가의 선행 신호 |
물가는 왜 오르고, 왜 목표가 2%인가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눈다. 살 사람이 많아서 오르는 경우와 만드는 비용이 올라서 오르는 경우다. 여기에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불을 붙인다.
2장에서 본 것처럼 돈은 은행 대출로 늘어난다. 돈이 물건보다 빨리 늘면 같은 물건을 더 많은 돈이 쫓게 되어 가격이 오른다. 그래서 물가를 지키는 일은 중앙은행이 맡는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 2%를 물가안정목표(Inflation target)로 삼고 있다(2016년부터 2%, 2019년부터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상시 목표). 물가가 목표보다 높으면 기준금리를 올려 돈이 덜 풀리게 하고, 낮으면 내린다.
명목과 실질: 통장의 숫자와 장바구니
통장에 찍힌 숫자 그대로의 금액을 명목(Nominal) 금액,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으로 다시 잰 금액을 실질(Real) 금액이라 한다. 실질 금액은 보통 "오늘 돈으로 치면 얼마"로 나타낸다. 미래의 명목 금액을 그동안의 물가 상승만큼 나누면 된다.
먼저 첫 번째 식을 그림으로 본다. 현금 1,000만원을 금고에 넣어 두었다. 금고 안의 지폐 숫자는 영원히 1,000만원이지만, 오늘 돈으로 친 가치는 해마다 녹아내린다. 오른쪽 그래프의 점을 끌어 시간을 움직인다.
녹는 지폐: 현금 1,000만원의 실질 가치
물가 2%면 약 35년, 3%면 약 23년, 5%면 약 14년 만에 현금의 실질 가치가 절반이 된다. 은퇴 자금처럼 수십 년 뒤를 계산할 때 물가를 빼먹으면 크게 틀린다. 21장에서 은퇴 자금을 "오늘 돈"으로 계산하는 이유다.
두 번째 식, 피셔 방정식은 이율에 대한 이야기다. 연봉이 3% 올라도 물가가 3% 오르면 실제로 살 수 있는 것은 그대로다. 아래에서 연봉 인상률과 물가를 바꿔 10년 동안의 연봉을 명목과 실질로 나란히 그려 본다. 출발점은 이 책이 따라가는 한결의 연봉 3,600만원이다.
명목 연봉과 실질 연봉
연봉 협상 때 "올해 3% 인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해 물가를 함께 떠올려야 한다. 물가가 4%인 해의 3% 인상은 실질로 1% 삭감이다. 반대로 물가가 1%인 해의 3% 인상은 실질로 2% 가까운 인상이다. 같은 원리가 예금 금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금 금리가 3%여도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세후 약 2.54%이고, 물가가 2.5%면 실질 이율은 0%에 가깝다.
72의 법칙: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물가가 연 3%면 돈의 가치가 반이 되는 데 몇 년?"을 계산기 없이 답하는 방법이 있다. 72를 백분율 숫자로 나누면 된다. 72 ÷ 3 = 24년. 이것이 72의 법칙(Rule of 72)이다. 원래는 복리로 돈이 두 배가 되는 시간을 어림하는 규칙이지만, 물가로 가격이 두 배가 되는 시간, 곧 돈의 가치가 반이 되는 시간에도 똑같이 쓸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할까. 아래 그래프의 점을 좌우로 끌어 비율을 바꿔 가며 근사값과 정확값을 비교한다.
72의 법칙과 정확값
| 연 물가 | 72 ÷ r (년) | 정확값 (년) | 현금 1,000만원이 오늘 돈 500만원이 되는 때 |
|---|---|---|---|
| 1% | 72 | 69.7 | 사실상 평생 |
| 2% | 36 | 35.0 | 사회초년생이 은퇴할 즈음 |
| 3% | 24 | 23.4 | 아이가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즈음 |
| 5% | 14.4 | 14.2 |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될 즈음 |
| 10% | 7.2 | 7.3 | 자동차 한 대를 타는 기간 |
빚진 사람과 돈을 가진 사람
물가 상승은 모두에게 똑같이 나쁜 일이 아니다. 고정된 명목 금액을 받기로 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고정된 명목 금액을 갚기로 한 사람은 이득을 본다. 현금을 가진 사람이 잃는 구매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옮겨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고정 금리 연 4%,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렸다. 매달 갚는 돈은 30년 내내 약 47.7만원으로 같다. 그런데 물가가 해마다 3% 오르면 30년째의 47.7만원은 오늘 돈으로 약 19.7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월급도 대체로 물가와 함께 오르니 갚는 부담은 해가 갈수록 가벼워진다. 물가를 바꿔 가며 확인해 본다.
고정금리 대출의 실질 부담
MN.loan. 물가가 예상보다 높을 때의 이야기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은 10장.)이 효과는 공짜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는 쪽도 바보가 아니어서, 앞으로 물가가 높을 것 같으면 그만큼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부를 옮기는 힘은 주로 예상하지 못한 물가 상승에서 나온다. 계약할 때 모두가 3%를 예상하고 금리를 정했는데 실제로 6%가 되면 빌린 쪽이 이득을 보고, 1%가 되면 빌려준 쪽이 이득을 본다. 그리고 빚을 진 사람이 이득을 보려면 월급이 물가만큼 따라 올라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월급이 오르지 않는 물가 상승은 빚이 있든 없든 살림을 어렵게 만든다.
수십 년의 물가, 그리고 극단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물가는 놀라울 만큼 오른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기준이 짜장면 한 그릇 값이다. 아래 그래프는 수십 년 동안의 서울 짜장면 값을 대략 그린 것이다. 두 손잡이를 끌어 구간을 고르면 그 사이 연평균 몇 %씩 올랐는지 계산한다.
짜장면 한 그릇으로 보는 수십 년
로그 눈금은 "몇 원 올랐나"가 아니라 "몇 배 올랐나"를 같은 높이로 보여 준다. 일반 눈금에서는 최근 10년의 오름폭이 가장 커 보이지만, 로그 눈금에서는 1970~80년대의 기울기가 가장 가파르다. 이 시기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연 10~20%대가 흔했고 1980년에는 약 29%에 이르렀다. 그 뒤 물가는 한 자릿수로 내려왔고,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에 약 7.5%,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2022년에 약 5.1%로 튀어 올랐던 것이 최근의 큰 출렁임이다.
물가가 내리는 것은 좋은 일일까. 물건값이 내려가면 지금 사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이 늘고, 기업은 매출이 줄어 임금과 고용을 줄이고, 그러면 소비가 더 준다. 빚의 실질 부담은 거꾸로 커진다. 이것이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악순환이다. 반대 끝에는 물가가 한 달에 50% 넘게 오르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있다. 이때는 돈이 물건의 값을 재는 잣대 역할을 아예 못 하게 된다. 아래에서 연 물가 상승률을 극단까지 밀어 본다.
디플레이션에서 초인플레이션까지
| 시기·장소 | 물가 | 무슨 일이 있었나 |
|---|---|---|
| 1930년대 초 미국 | 연 약 −10% 안팎 | 대공황. 물가와 임금이 함께 떨어지고 빚 부담이 커져 파산이 이어졌다. |
| 1990년대 말~2010년대 일본 | 0% 안팎, 때때로 하락 | 오랜 저성장.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기대가 굳어 쉽게 풀리지 않았다. |
| 1923년 독일 | 물가가 며칠 만에 두 배 | 전쟁 배상금과 화폐 남발. 손수레로 지폐를 나르는 사진이 남았다. |
| 2008년 짐바브웨 | 월 수백억 %(추정) |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가 발행됐고, 결국 자국 화폐 사용이 사실상 중단됐다. |
| 2010년대 후반 베네수엘라 | 연 수십만 % 이상(추정) | 원유 수입 급감과 화폐 증발. 많은 사람이 외화와 물물교환으로 버텼다. |
| 1980년 한국 | 연 약 29% | 석유 파동과 고도성장기의 높은 물가. |
| 2022년 한국 | 연 약 5.1% |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 |
역사 속 수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대략적인 규모로 읽는다. 공통된 교훈은 두 가지다. 물가가 아주 높거나 떨어지는 세상은 모두 살기 어렵고, 그래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낮고 안정적인 플러스 물가"를 목표로 삼는다.
인플레이션 저울: 누가 얻고 누가 잃나
지금까지 본 것을 한 저울에 올린다. 같은 물가와 같은 기간에서 현금, 예금, 연봉, 빌려준 돈, 빌린 돈이 각각 실질로 얼마나 변하는지를 막대로 비교한다. 막대가 오른쪽(초록)이면 구매력이 늘어난 것, 왼쪽(빨강)이면 줄어든 것이다. 빚은 실질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빌린 사람에게 이득이므로 왼쪽이 초록이다.
같은 물가, 다른 운명
저울이 보여 주는 것은 단순하다. 물가보다 느리게 불어나는 돈은 실질로 줄어든다. 이자 0%의 현금은 가장 확실하게 줄고, 물가와 비슷한 이자를 주는 예금은 세금까지 생각하면 겨우 제자리다. 이 사실이 4장의 복리, 8장의 예금과 적금, 그리고 투자를 다루는 장들을 읽을 때 늘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하는 기준선이다. 그렇다고 현금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당장 써야 할 돈과 비상금은 가치가 흔들리지 않고 바로 꺼낼 수 있어야 하며, 그 편리함의 값이 물가만큼의 손실이다.
통장 속 300만원은 10년 뒤 234만원어치
입사한 한결의 통장에는 300만원이 있다. 이자가 거의 없는 입출금 통장이다. 물가가 연 2.5%로 오른다면 이 300만원은 10년 뒤 오늘 돈으로 약 234만원(3e6 / 1.025^10 = 2,343,595원)어치만 산다. 첫 1년 동안 사라지는 구매력만 약 7.3만원으로, 한 달 통신비가 넘는 돈을 아무 소리 없이 내는 셈이다.
연봉도 같은 저울에 올렸다. 회사는 해마다 3% 인상을 가정하지만 물가가 2.5%면 실질 인상률은 MN.real(0.03, 0.025) = 약 0.49%, 사실상 0.5%다. 10년 뒤 명목 연봉은 약 4,838만원으로 크게 늘어 보이지만 오늘 돈으로는 약 3,780만원으로, 지금의 3,600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결의 형편이 나아지려면 월급이 오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남는 돈이 물가보다 빠르게 불어나야 한다.
핵심 정리
- 물가 상승률은 작아 보여도 해마다 앞의 결과 위에 곱해진다. 3%면 10년 뒤 같은 장바구니는 약 1.34배, 만 원의 구매력은 약 7,441원이 된다.
-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460개 품목의 가격을 가계 지출 비중(가중치)으로 평균한 것이다. 공식 물가는 평균 가구의 물가이고, 지출 구조가 다르면 나의 물가도 다르다.
- 체감물가는 자주 사는 품목과 오른 가격에 끌려 공식 물가보다 높게 느껴지기 쉽다. 근원물가는 출렁이는 농산물·에너지를 빼고 물가의 큰 흐름을 본다.
-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 2%를 물가안정목표로 둔다. 너무 높은 물가도, 물가 하락(디플레이션)도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 실질 = 명목 ÷ (1 + 물가)^n. 실질 이율은 대략 명목 이율 − 물가다. 3% 인상도 물가가 4%면 실질로는 삭감이다.
- 72 ÷ (백분율 숫자)로 돈의 가치가 반이 되는 해를 어림한다. 2%면 약 35년, 3%면 약 24년이다.
-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은 고정 금액을 받는 쪽(현금·예금·채권자)에서 갚는 쪽(고정금리 채무자)으로 구매력을 옮긴다.
확인 퀴즈
연봉이 4% 올랐고 같은 해 물가는 5% 올랐다. 이 사람의 실질 연봉은 어떻게 되었나?
소금 값이 두 배가 되었는데 소비자물가지수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물가 상승률이 연 6%로 유지된다면, 현금의 실질 가치가 절반이 되는 데 대략 몇 년이 걸리나?
대출 계약 때 모두가 물가를 2%로 예상하고 고정 금리 4%를 정했다. 그런데 실제 물가가 계속 6%였다. 누가 유리해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