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세 겹의 노후
월급은 언젠가 멈춘다. 그런데 밥값과 관리비는 멈추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30년 동안 매달 들어올 돈을 만드는 장치가 연금이다. 한국의 노후 소득은 나라가 운영하는 국민연금, 회사가 쌓아 주는 퇴직연금, 내가 고르는 개인연금이 세 겹으로 포개진 구조다. 이 장은 세 겹을 하나씩 들어 올려 본다. 각 층이 어떤 원리로 돈을 만들고, 어디서 약해지는지를 직접 숫자를 움직이며 확인한다.
- 노후 소득의 층(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을 구분하고, 누가 돈을 내고 누가 운용하는지 말한다.
- 부과식과 적립식의 차이, 인구 구조가 보험료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설명한다.
- 2025년 국민연금 개혁의 내용과 기본연금액 공식(A값·B값·가입기간)이 만드는 소득재분배를 이해한다.
- 조기·연기 수령의 손익분기 나이를 계산하고, 물가 연동이 왜 큰 장점인지 본다.
- 퇴직금, DB, DC, IRP의 차이와 운용수익률 1%p가 30년에 만드는 차이를 확인한다.
- 연금저축·IRP의 세액공제, 연금 수령 시 세금, 10년 이상 나눠 받는 이유를 안다.
노후 소득은 여러 겹으로 쌓는다
65세의 어느 달을 상상해 본다. 회사는 더 이상 월급을 보내지 않는다. 그 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 한국의 제도는 이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주지 않고 여러 겹으로 답한다. 한 겹이 얇아도 다른 겹이 메우도록 설계한 것이다.
가장 아래에는 세금으로 주는 기초연금(Basic pension)이 있다.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재산 하위 70%에게 주는 돈으로, 2026년 기준 월 약 35만원(1인)이다. 그 위가 세 겹이다. 1층 국민연금(National Pension)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의무로 드는 공적연금이다. 2층 퇴직연금(Retirement pension)은 회사가 근로자를 위해 쌓는 돈이다. 3층 개인연금(Personal pension)은 내가 스스로 넣는 연금저축과 IRP다. 집이 있다면 맨 위에 주택연금(Reverse mortgage), 곧 집을 담보로 평생 매달 받는 연금을 하나 더 올릴 수 있다.
아래 건물에서 세 가지를 바꿔 본다. 일하던 시절의 월 소득,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한 햇수, 개인연금에 매달 넣는 돈이다. 각 층의 높이가 65세부터 매달 받는 금액이다. 점선은 은퇴 전 월 소득이다. 건물이 점선에 얼마나 닿는지가 노후의 생활 수준을 정한다.
세 겹의 건물: 65세에 매달 들어오는 돈
MN.nps, 퇴직연금은 매년 월 소득 한 달 치를 적립, 2·3층은 실질 연 2.5%로 굴린 뒤 65세부터 25년 동안 실질 1.5%로 나눠 받는다고 가정한다. 주택연금 금액은 예시이며 실제로는 집값·나이·금리로 정해진다.)기본값(월 소득 400만원, 33년, 개인연금 월 30만원)에서 세 겹을 합치면 은퇴 전 소득의 70% 안팎이 된다. 개인연금을 빼면 50%대로 떨어진다. 흔히 노후에 필요한 소득을 은퇴 전 소득의 60~70%로 잡는데, 1·2층만으로는 거기에 닿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연금 구조의 출발점이다. 지금부터 각 층을 하나씩 뜯어본다.
국민연금의 원리: 부과식과 적립식
연금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적립식(Funded)은 내가 낸 돈을 쌓고 굴려 두었다가 늙어서 돌려받는다. 적금과 같다. 부과식(Pay-as-you-go)은 올해 일하는 세대가 낸 보험료로 올해 은퇴 세대에게 연금을 준다. 저금통이 아니라 세대 사이의 약속이다. 지금의 청년은 지금의 노인을 떠받치고, 나중에 다음 세대에게 떠받쳐진다.
부과식이 굴러가려면 해마다 걷는 돈과 주는 돈이 같아야 한다. 일하는 사람 수 \(N_w\), 평균 소득 \(\bar w\), 보험료율 \(c\), 연금 받는 사람 수 \(N_r\), 평균 연금 \(\bar p\)로 쓰면 다음과 같다.
필요한 보험료율은 두 비율의 곱이다. 연금을 후하게 주거나(\(\bar p/\bar w\)↑) 노인이 많아지면(\(N_r/N_w\)↑) 보험료율이 같은 비율로 오른다. 아래에서 노인과 근로자의 비율을 끌어올려 본다.
부과식의 저울: 노인이 늘면 보험료율은?
부양비가 0.3에서 1.0으로 가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3배 남짓이 된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순수 부과식도 순수 적립식도 아닌 부분 적립식(Partially funded)이다. 가입자가 많고 수급자가 적은 지금은 걷는 돈이 주는 돈보다 많아 기금(2026년 기준 1,000조원 이상, 약)이 쌓여 있다. 수급자가 늘면 이 기금을 꺼내 쓰고, 기금이 바닥나면 그해 걷어 그해 주는 부과식으로 넘어간다.
한국은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수명은 길어지는 중이라 제도 부양비가 빠르게 오른다. 정부 재정 추계는 2025년 개혁 후 기금 소진 시점을 약 2064년, 기금 수익률 가정을 높이면 2070년대 초로 본다. 보고서마다 가정(출산율, 임금상승률, 기금 수익률)이 달라 소진 시점은 10년 넘게 차이 난다. '고갈'이 연금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기금이 없어지면 그해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주는 부과식이 되고, 위 시뮬레이터처럼 그때 필요한 보험료율이 크게 오른다는 뜻이다. 2025년 개혁은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법에 명시했다. 다만 그 돈을 결국 누가 어떻게 낼지는 미래 세대의 정치적 선택으로 남는다.
2025년 개혁: 더 내고 조금 더 받는다
2025년 3월 국회는 18년 만에 국민연금의 숫자를 바꿨다. 핵심은 두 가지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고정했다. 소득대체율(Replacement rate)은 40년 가입한 평균 소득자가 받는 연금이 그 소득의 몇 %인가를 뜻한다. 2026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 항목 | 개혁 전 | 개혁 후(2026년~) |
|---|---|---|
| 보험료율(근로자·회사 합계) | 9% (1998년부터 고정) | 2026년 9.5%, 해마다 0.5%p씩 올라 2033년 13% |
| 소득대체율(40년 가입 기준) | 2025년 41.5%, 2028년 40%까지 낮아질 예정 | 2026년부터 43%로 고정 |
| 출산 크레딧 | 둘째 자녀부터 가입기간 인정 | 첫째 자녀부터 인정, 상한 폐지 |
| 군 복무 크레딧 | 6개월 인정 | 12개월 인정 |
| 국가의 지급 책임 | 해석에 맡김 | 법에 지급 보장 명시 |
직장인은 보험료를 회사와 반씩 낸다. 2026년 보험료율 9.5%는 근로자 4.75% + 회사 4.75%다(6장의 월급 명세서에서 한결이 낸 133,000원이 이 4.75%였다). 2033년 13%가 되면 근로자 몫은 6.5%가 된다. 지역가입자(자영업자 등)는 13% 전부를 혼자 낸다.
이 장의 수치(보험료율, 소득대체율, A값, 상한·하한, 세율, 공제 한도)는 2026년 기준 대표값이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을 다시 계산하고, 그 결과로 보험료율·수급 연령·급여 산식이 다시 논의된다. 의무 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안, 인구와 기대수명에 따라 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안도 계속 거론된다. 자신의 실제 예상 연금액은 국민연금공단의 '내 연금' 조회(공단 누리집·앱)에서 가입 이력을 바탕으로 확인한다.
내 국민연금은 얼마인가: A값, B값, 가입기간
국민연금의 월 연금은 세 숫자로 거의 정해진다. A값은 연금을 받기 직전 3년 동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월액이다(2026년 기준 약 319만원). B값은 내가 가입한 기간 동안의 평균 소득월액을 오늘 가치로 다시 계산한 값이다. 과거 소득도 그동안의 임금 상승만큼 끌어올려 계산하므로, B값은 이미 '오늘 돈'이다. 마지막이 가입기간이다.
식에서 눈여겨볼 것은 A와 B를 더한다는 점이다. 내 소득(B)뿐 아니라 모두의 평균(A)이 내 연금에 절반의 무게로 들어간다. B가 A보다 낮은 사람은 평균 쪽으로 끌어올려지고, 높은 사람은 끌어내려진다. 이것이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Redistribution)다. A = B인 사람이 40년 가입하면 \(1.29 \times 2A \times 2 / 12 = 0.43A\), 정확히 소득대체율 43%가 나온다.
아래 그래프에서 점을 좌우로 끌어 B값을 바꾼다. 세로축은 연금이 내 소득의 몇 %인가(소득대체율)다. 가입 연수 슬라이더도 함께 움직여 본다.
국민연금 계산기: 소득이 낮을수록 대체율이 높다
MN.nps는 소득대체율 43% 계수 하나만 쓰는 단순화 모델이다. 실제 산식은 가입 시기별로 다른 계수를 섞고, 부양가족연금 등이 더해진다. 보험료는 2026년 9.5%에서 해마다 0.5%p 올라 13%가 된다고 보고 오늘 돈으로 더했다. 수익비 = 65~85세 20년 동안 받는 연금 ÷ 낸 보험료, 할인 없음.)소득이 낮을수록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30년 가입이면 B = 150만원인 사람의 대체율은 약 50%, B = 600만원인 사람은 25% 안팎이다. 40년 가입이면 각각 약 67%와 33%다. 직장인의 수익비가 1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현재 제도가 낸 것보다 많이 주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 절에서 본 대로 그 차이는 결국 미래 세대의 보험료나 세금이 메운다.
식의 \(1 + 0.05(n-20)\)은 가입 1년마다 연금이 20년 기준의 5%씩 늘어난다는 뜻이다. 10년 미만이면 연금이 아니라 낸 돈에 이자를 붙여 한 번에 돌려받는다(반환일시금). 그래서 군 복무·출산 크레딧, 실직 중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실업 크레딧, 과거에 돌려받은 돈을 다시 내는 반납, 못 낸 기간을 나중에 내는 추후납부가 모두 '가입기간을 늘리는 장치'로 쓰인다.
국민연금의 숨은 장점: 물가 연동
국민연금은 받기 시작한 뒤에도 해마다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 금액이 오른다. 30년을 받는 동안 구매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반면 개인이 사는 연금 상품의 대부분은 매달 같은 명목 금액을 준다. 3장의 물가가 그 돈을 조용히 녹인다. 아래에서 물가상승률을 바꾸고, 세로 선을 끌어 나이마다 두 연금의 실제 가치를 비교한다.
물가 연동 연금과 고정 연금, 30년 뒤의 구매력
물가 2.5%면 고정 연금은 28년 만에 실질 가치가 반이 된다(3장의 72의 법칙). 같은 '월 100만원'이라도 물가 연동 여부에 따라 30년 동안 받는 실제 가치가 약 1억원 차이 난다. 국민연금 1원이 개인연금 1원보다 무거운 이유다.
언제부터 받을까: 조기 수령과 연기 수령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 원하면 최대 5년 앞당겨 60세부터 받을 수 있다(조기노령연금(Early pension)). 대신 1년 당길 때마다 6%씩 깎여, 5년 당기면 평생 70%만 받는다. 반대로 최대 5년 늦추면 1년마다 7.2%씩 늘어 70세부터 136%를 받는다. 엔진의 MN.npsAgeFactor가 이 배율이다.
어느 쪽이 이득인지는 얼마나 오래 사는가에 달렸다. 일찍 받으면 받는 횟수가 많고, 늦게 받으면 한 번에 받는 금액이 크다. 두 누적 수령액 곡선이 만나는 나이가 손익분기 나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수령 시작 나이(손잡이)를 60~70세 사이로 끈다.
조기·연기 수령의 손익분기 나이
할인 없이 보면 5년 조기 수령의 손익분기는 약 77세, 5년 연기 수령은 약 84세다. 한국 65세의 기대여명은 20년 이상이라 평균적으로는 정상 수령이나 연기 수령이 누적액에서 앞선다. 다만 결정은 수명만으로 하지 않는다. 60세에 소득이 끊겨 다른 돈이 없으면 깎이더라도 일찍 받아야 하고, 건강이 나쁘면 조기 수령이 합리적이다. 조기 수령 중 일정 소득이 생기면 지급이 멈추고, 65세 이후에도 소득이 많으면 최대 5년 동안 연금이 일부 깎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따진다. 60세 은퇴와 65세 연금 사이의 빈칸은 21장에서 다룬다.
2층 퇴직연금: 퇴직금, DB, DC, IRP
1년 이상,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는 회사를 떠날 때 퇴직금(Severance pay)을 받는다. 액수는 계속 근로 1년마다 30일분의 평균임금이다. 평균임금은 퇴직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의 하루 평균이라, 대략 '마지막 월급 × 근속 연수'로 어림한다(엔진의 MN.severance). 월급 300만원에 10년 근무했다면 약 3,000만원이다.
문제는 이 돈을 회사 안에 쌓아 두면 회사가 망할 때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회사 밖 금융회사에 적립해 두는 퇴직연금 제도가 생겼다. 방식은 둘이다.
- DB(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 받을 돈이 정해져 있다. 퇴직금과 같은 '평균임금 × 근속 연수'를 받는다. 적립금 운용은 회사가 하고, 운용 성과가 나빠도 모자란 돈은 회사가 채운다.
- DC(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 넣을 돈이 정해져 있다. 회사는 해마다 연간 임금 총액의 1/12 이상을 내 계좌에 넣어 주고, 그 뒤 운용은 내가 한다. 받을 돈은 내 운용 성과에 달렸다.
-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옮겨 담는 내 이름의 계좌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IRP로 들어간다(55세 이상 등 예외 있음). 퇴직금과 별도로 내 돈을 더 넣어 세액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3층과 겹치는 지점).
| DB(확정급여형) | DC(확정기여형) | IRP | |
|---|---|---|---|
| 정해진 것 | 받을 돈(평균임금 × 근속 연수) | 넣을 돈(연간 임금의 1/12 이상) | 없음(넣은 돈 + 운용 결과) |
| 운용과 위험 | 회사 | 나 | 나 |
| 유리한 사람 |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사람, 장기 근속 | 임금 정체·이직이 잦은 사람, 운용을 잘하는 사람 | 이직자, 세액공제를 더 받으려는 사람 |
| 중간에 꺼내기 | 불가(담보 대출만 일부) | 법정 사유일 때만 | 법정 사유일 때만(해지는 가능하나 세금) |
퇴직금을 미리 받는 중간정산과 DC·IRP의 중도인출은 2012년 이후 법으로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된다. 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전세보증금(같은 회사에서 한 번), 본인·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최근 5년 안의 파산 선고나 개인회생, 천재지변 같은 경우다. 노후 자금을 생활비로 써 버리지 않게 일부러 문을 좁혀 둔 것이다.
그 문을 가장 쉽게 여는 순간이 이직이다. 이직할 때 IRP로 들어온 퇴직금은 해지하면 바로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4~5년마다 회사를 옮기며 퇴직금을 받을 때마다 써 버린 사람과, IRP에 남겨 굴린 사람의 60세 모습이다.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을 써 버리면
톱니 모양의 붉은 선이 퇴직금을 써 버린 사람이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0으로 떨어지고, 60세에 남는 것은 마지막 회사에서 쌓은 몫뿐이다. 퇴직금은 '보너스'가 아니라 2층 연금의 원재료라는 점을 숫자로 보여 준다.
DB와 DC, 누가 이기나
DB는 퇴직 직전 월급에 근속 연수를 곱한다. 그래서 월급이 빨리 오를수록 유리하다. 마지막 월급이 오르면 과거 모든 해의 몫이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DC는 해마다 그해 월급 한 달 치를 넣고 굴린다. 그래서 운용수익률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으면 DC, 낮으면 DB가 이긴다. 두 값이 같으면 결과도 정확히 같다.
왼쪽 그래프는 근속 연수에 따라 쌓이는 DB와 DC 금액이다. 오른쪽 지도는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의 모든 조합에서 누가 이기는지를 색으로 칠한 것이다. 지도 위의 점을 끌어 두 값을 한꺼번에 바꾼다.
DB 대 DC: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의 줄다리기
그래서 흔한 조언이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젊은 시기에는 DB, 임금이 정체되는 시기에는 DC'다. 한 회사가 두 제도를 모두 두었다면 DB에서 DC로 한 번 바꿀 수 있지만 반대 방향은 보통 안 된다. 다만 이 줄다리기에서 DC가 이기려면 실제로 수익률을 내야 한다. 그런데 DC 적립금의 대부분은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다. 이 습관이 30년 동안 무엇을 만드는지 보자.
DC 운용수익률 1%p의 30년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같은 월급을 받고, 같은 DC 적립금(첫해 월 25만원, 해마다 3% 증가)을 30년 동안 받는다. 다른 것은 운용수익률 하나뿐이다. 오른쪽 끝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각자의 수익률을 정하고, 재생 버튼으로 30년을 다시 돌린다.
같은 적립금, 다른 수익률: 30년의 차이
1%p 차이가 30년 뒤 약 3,400만원이 된다. 수수료 1%p가 같은 일을 반대 방향으로 한다는 것은 15장에서 보았다. 그렇다고 위험자산 비중을 무작정 늘리라는 뜻은 아니다. 높은 수익률에는 큰 흔들림이 따른다(12장). DC는 '아무것도 고르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 상품이나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에 머문다. 적어도 내 DC 계좌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1년에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3층 개인연금: 연금저축과 IRP
3층은 내가 선택해서 쌓는다. 대표 계좌는 두 가지다. 연금저축(Pension savings account)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펀드·ETF 등을 담는다. IRP는 2층에서 본 그 계좌로, 소득이 있으면 퇴직금과 별개로 직접 돈을 넣을 수 있다. 두 계좌를 합쳐 연 1,800만원까지 넣을 수 있고, 그중 연 900만원(연금저축은 600만원까지)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18장에서 본 대로 세액공제는 세금 자체를 깎는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납입액의 16.5%, 넘으면 13.2%다(2026년 기준, 지방소득세 포함). 900만원을 넣으면 계산상 148.5만원 또는 118.8만원을 돌려받는다. 다만 세액공제는 그해 낼 세금(결정세액)을 넘을 수 없어서, 세금이 적은 사회초년생은 이보다 덜 돌려받는다(18장 한결의 가계부). 엔진의 MN.pensionCredit이 이 계산이다(세금 한도는 tax 옵션). 이 환급액을 다시 연금 계좌에 넣으면 공제와 복리가 겹친다.
세액공제와 복리를 겹치면
연 900만원을 30년 넣으면 원금만 2억 7,000만원이고, 해마다 받는 공제 148.5만원을 다시 넣으면 그 몫만으로 최종 적립금이 1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공제는 '들어갈 때 받는 수익률 16.5%'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혜택은 공짜가 아니다. 나중에 꺼낼 때 세금을 다시 낸다.
꺼낼 때의 세금과 '10년 이상 나눠 받기'
연금 계좌의 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55세 이후, 가입 5년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한 해에 꺼낼 수 있는 연금 금액에 한도가 있다. 연금 수령을 시작할 수 있게 된 해를 1년 차로 셀 때 \(k\)년 차의 한도는 다음과 같다.
한도는 '남은 돈을 남은 연수(10년 기준)로 나눈 것의 1.2배'다. 10년보다 짧게 몰아서 꺼내면 한도를 넘는 부분은 연금이 아니라 연금 외 수령으로 보아 16.5%를 물린다. 한도 안에서 받는 연금은 나이에 따라 연금소득세 5.5%(55~69세), 4.4%(70~79세), 3.3%(80세 이상)다. 다만 세액공제 받은 돈에서 나오는 연금이 연 1,500만원을 넘으면 그해 연금 전체를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하거나 16.5%로 분리과세하는 것 가운데 골라야 한다.
| 어떻게 꺼내는가 | 세율(지방세 포함) | 비고 |
|---|---|---|
| 연금, 55~69세 | 5.5% | 종신형으로 받으면 4.4% |
| 연금, 70~79세 | 4.4% | |
| 연금, 80세 이상 | 3.3% | |
| 연 1,500만원 초과 | 16.5% 또는 종합과세 | 세액공제 받은 재원의 연금 합계 기준 |
| 연금 외 수령(중도 해지, 한도 초과) | 16.5% | 기타소득세, 분리과세 |
| 퇴직금 재원의 연금 | 퇴직소득세의 70% | 11년 차부터 60%(일시금보다 30~40% 덜 낸다) |
아래에서 같은 1억원을 몇 년에 걸쳐, 몇 살부터 꺼내느냐에 따라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본다.
몇 년에 나눠 받을까: 연금 수령 세금
같은 돈이라도 짧게 몰아 꺼내면 세금이 몇 배로 뛴다. 연금 계좌는 '천천히 꺼낼수록 세금이 가벼운' 구조다. 그래서 연금 수령을 10년 이상으로 길게 잡거나, 수령 시작을 늦춰 한도가 사라진 뒤에 꺼내는 것이 기본 전략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에 해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절세다.
1층 국민연금은 물가 연동, 평생 지급, 소득재분배가 있지만 내가 운용할 수 없다. 2층 퇴직연금은 회사가 넣어 주지만 이직 때 새기 쉽다. 3층 개인연금은 세액공제라는 당근이 있지만 넣을지 말지부터 모두 내 결정이다. 그래서 세 겹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고 보완한다.
한결의 세 겹
이제 한결의 숫자로 세 겹을 쌓는다. 이 장의 가정은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은 27세부터 38년 가입, 생애 평균 소득월액 B = 400만원(오늘 돈, 승진을 반영한 가정)이다. 의무 가입은 현재 59세까지라 60~64세는 임의계속가입을 한다고 본다. 퇴직연금은 DC로 27세부터 60세까지 33년, 해마다 연봉의 1/12을 받는다(연봉 3,600만원에서 해마다 3% 인상). 개인연금은 18장에서 정한 대로 연금저축 600만원 + IRP 300만원, 연 900만원을 33년 동안 넣는다. 2·3층은 명목 연 5%(물가 2.5%)로 굴리고, 60세 이후 실질 1.5%로 굴리며 65세부터 25년에 나눠 받는다.
65세의 한결에게 매달 들어올 돈, 약 356만원(오늘 돈)
1층 국민연금: MN.nps(400만, 38) = 월 약 146.9만원. B값 400만원의 약 37%다. 물가에 연동되므로 이 금액은 평생 오늘 돈 기준으로 유지된다. 연금을 5년 앞당겨 60세에 받으면 70%인 약 102.8만원이 된다(MN.npsAgeFactor(−5)).
2층 퇴직연금(DC): 첫해 월 25만원에서 시작해 33년 적립하면 60세 적립금은 약 1억 5,966만원(오늘 돈)이다. 65세부터 25년 나눠 받으면 월 약 68.7만원이다. 이직할 때 IRP의 돈을 해지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3층 개인연금: 연 900만원 × 33년이면 60세 적립금은 약 3억 2,625만원(오늘 돈)이다. 월 약 140.4만원. 그동안 받는 세액공제는 따로다. 계산상 연 148.5만원(MN.pensionCredit(900만, 3,600만))이지만, 첫해 한결이 실제로 돌려받는 것은 낼 세금인 약 86.5만원까지이고 연봉이 오르며 세금이 늘수록 계산값에 가까워진다. 한도 안에서 10년 넘게 나눠 받으면 세율은 3.3~5.5%다.
세 겹을 합치면 65세부터 월 약 355.9만원(세전, 오늘 돈)이다. 1층이 약 41%, 2층이 약 19%, 3층이 약 39%를 맡는다. 3층 비중이 큰 것은 한결이 저축의 상당 부분을 연금 계좌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 장의 국민연금 계산은 모두 단순화 모델이다. 실제 연금은 가입 시기별 계수, 소득 이력, 크레딧, 부양가족연금, 제도 개정에 따라 달라진다. 국민연금공단의 '내 연금' 조회에서 내 가입 이력에 따른 예상액을,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퇴직연금·개인연금까지 합친 예상액을 확인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빈칸을 일찍 발견한다.
핵심 정리
- 노후 소득은 기초연금 위에 국민연금(1층)·퇴직연금(2층)·개인연금(3층)이 쌓이고, 집이 있으면 주택연금(4층)을 더한다. 1·2층만으로는 은퇴 전 소득의 절반 안팎이다.
- 부과식은 올해 일하는 세대가 올해 노인을 떠받친다. 필요한 보험료율 = 부양비 × 급여 수준이라, 노인이 늘면 같은 비율로 오른다.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식이다.
- 2025년 개혁으로 보험료율은 2026년 9.5%에서 해마다 0.5%p 올라 13%가 되고, 소득대체율은 43%로 고정되었다.
- 월 연금은 대략 1.29 × (A + B) × (1 + 0.05(n − 20)) / 12. A값이 들어가므로 소득이 낮을수록 대체율이 높다(소득재분배). 가입 연수가 곧 연금이고, 물가에 연동된다.
- 5년 조기 수령은 70%, 5년 연기 수령은 136%. 할인 없이 손익분기는 각각 약 77세, 84세다.
- DB는 받을 돈, DC는 넣을 돈이 정해져 있다.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으면 DC, 낮으면 DB가 유리하다. DC 수익률 1%p는 30년에 수천만원 차이다. 이직 때 퇴직금을 써 버리면 2층이 무너진다.
- 연금저축·IRP는 연 900만원까지 13.2~16.5% 세액공제를 받는다.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3.3~5.5%, 중도 해지나 한도 초과는 16.5%다. 천천히, 길게 꺼낼수록 세금이 가볍다.
확인 퀴즈
1. 순수 부과식 연금에서 연금 수준은 그대로인데 가입자 한 명당 수급자 수가 0.3명에서 0.6명으로 늘었다. 필요한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는가?
2. 앞으로 임금이 연 5%씩 오를 것으로 보이고, DC로 굴리면 연 3%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어느 쪽이 유리한가?
3. 국민연금을 5년 앞당겨 60세부터 받으면(70% 지급) 할인을 고려하지 않을 때 몇 살쯤부터 65세 정상 수령보다 누적 수령액이 적어지는가?
4. 해마다 세액공제를 받으며 연금저축에 넣은 돈을 50세에 중도 해지해 한꺼번에 찾았다. 공제받은 납입금과 수익에는 어떤 세금이 붙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