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심리, 그리고 사기
앞의 장들은 계산을 다뤘다. 복리, 세금, 대출, 자산배분은 모두 공식으로 풀린다. 그런데 공식을 다 아는 사람도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판다. "월 3% 보장"이라는 문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돈을 잃게 만드는 것은 대개 계산 실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렇게 생겼다는 사실이다. 이 장은 그 마음의 습관을 직접 재 보고, 그 습관을 노리는 사기의 구조를 숫자로 해부한다.
- 잃는 고통이 얻는 기쁨보다 약 두 배 크다는 손실 회피를 가치 함수로 그리고, 자기 손실 회피 계수를 재 본다.
- 현재 편향과 쌍곡 할인이 "내일부터 저축"을 만드는 원리를 선호 역전으로 확인한다.
- 앵커링, 확증 편향, 과신, 처분 효과, 심리 계좌, 매몰비용을 투자 장면에서 알아본다.
- 군집과 FOMO, 사고파는 타이밍 때문에 투자자 수익률이 펀드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시뮬레이션한다.
- 폰지 구조가 왜 반드시 무너지는지 계산하고, 리딩방·보이스피싱·스미싱의 공통 패턴과 신고처를 익힌다.
잃는 고통은 얻는 기쁨의 두 배
주식 계좌가 하루에 10만원 오른 날과 10만원 내린 날을 떠올려 본다. 금액은 같다. 그런데 오른 날의 기분은 점심 무렵이면 잊히고, 내린 날의 기분은 밤까지 남는다. 이 비대칭을 처음 숫자로 잰 사람들이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다. 그들이 1979년에 내놓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사람이 돈을 "얼마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기준점에서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가"로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 느낌을 그래프로 그린 것이 가치 함수(Value function)다. 가로축은 기준점(보통 지금 상태나 산 가격) 대비 이득과 손실, 세로축은 마음속 느낌의 크기다.
아래 그래프에서 가로축 위의 손잡이를 끌어 금액을 바꿔 본다. 초록 막대는 그만큼 벌었을 때의 기쁨, 빨간 막대는 같은 금액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다. 점선은 손실과 이득을 똑같이 느끼는 계산기 같은 사람이다.
전망 이론의 가치 함수
이 곡선에는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첫째, 기준점이 0이다. 같은 계좌 잔고 1,000만원도 1,200만원에서 떨어져 온 사람에게는 손실이고, 800만원에서 올라온 사람에게는 이득이다. 둘째, 양쪽 모두 끝으로 갈수록 완만해진다. 첫 10만원의 손실은 아프지만 이미 500만원을 잃은 사람에게 10만원 더 잃는 것은 크게 아프지 않다. 셋째, 손실 쪽이 약 두 배 가파르다.
내 손실 회피 계수 재 보기
동전을 한 번 던진다. 뒷면이면 1만원을 잃는다. 앞면이면 얼마를 받아야 이 내기를 하겠는가? 기대값만 따지면 1만원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이득이다. 그런데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은 대개 2만원 안팎을 요구한다.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상금을 1만원으로 나눈 값이 대략 그 사람의 \(\lambda\)다(곡선의 휨을 무시하면).
슬라이더를 "이 정도면 하겠다"는 최소 금액까지 내려 본다. 그다음 "100번 던지기"를 눌러 같은 내기를 100번 반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다.
동전 내기: 지면 1만원, 이기면 얼마?
한 번만 보면 무서운 내기도 100번을 묶어 보면 거의 확실한 이득이다. 손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느끼는 습관을 좁은 틀짓기(Narrow framing)라 한다. 계좌를 하루에도 여러 번 열어 보는 사람은 하루치 등락을 하나하나 손실과 이득으로 느낀다. 주식은 하루 단위로 보면 오르는 날과 내리는 날이 거의 반반이라, 손실 회피가 있는 사람에게 매일 보는 계좌는 고통이 더 많은 경험이 된다. 이것을 근시안적 손실 회피(Myopic loss aversion)라 부른다. 12장에서 본 것처럼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의 흔들림은 줄어든다. 계좌를 덜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견디기가 쉬워진다.
오늘의 10만원, 1년 뒤의 12만원
누군가 "지금 10만원을 받을래, 1년 뒤 12만원을 받을래?"라고 묻는다. 1년 뒤 12만원은 연 20%짜리 수익이다. 예금 금리가 연 2~3%인 세상에서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계산상 거의 없다. 그런데 실험해 보면 적지 않은 사람이 지금의 10만원을 고른다. 아래 게임에서 직접 골라 본다. 고를 때마다 1년 뒤 금액이 바뀌어 나만의 경계선을 좁혀 간다.
지금 받을까, 1년 기다릴까
사람이 미래의 돈을 지금 가치로 깎아 보는 비율을 할인율(Discount rate)이라 한다. 4장의 현재가치 계산은 할인율이 시간 내내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1주일 기다리는 값이나 1년 뒤에서 1년 1주일로 미루는 값이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 "지금"과 "조금 뒤"의 차이는 크게 느끼고, "1년 뒤"와 "1년 1주일 뒤"의 차이는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이를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 하고, 그 모양을 수식으로 쓴 것이 쌍곡 할인(Hyperbolic discounting)이다.
이 차이가 만드는 현상이 선호 역전(Preference reversal)이다. 30일 뒤 10만원과 37일 뒤 11만원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고 하자. 한 달 전에는 누구나 "1주일 더 기다려 11만원"을 고른다. 그런데 막상 30일째가 되면 눈앞의 10만원이 더 커 보인다. 아래 그래프에서 "오늘" 선을 오른쪽으로 끌어 시간을 흘려 본다. 두 곡선은 각 시점에서 본 두 보상의 마음속 가치다.
선호 역전: 한 달 전의 결심과 당일의 마음
"다음 달부터 저축하겠다"는 결심은 한 달 전의 내가 지수 할인처럼 계산해서 내린 결정이다. 다음 달이 오면 쌍곡 할인을 하는 오늘의 내가 그 결정을 뒤집는다. 의지력을 탓하기보다 오늘의 내가 뒤집을 수 없게 구조를 만드는 편이 낫다. 월급날 자동이체로 먼저 저축하는 8장의 선저축, 해지하면 손해가 나는 적금, 연금 계좌가 모두 이런 사전 약속 장치(Commitment device)다.
숫자를 비트는 습관들
손실 회피와 현재 편향 말고도 돈 결정에 자주 끼어드는 마음의 습관이 있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투자 장면에서는 같은 방향, 곧 "너무 자주, 너무 늦게, 너무 크게" 움직이게 만든다.
| 습관 | 무엇인가 | 투자 장면 | 대책 |
|---|---|---|---|
| 앵커링 (Anchoring) | 처음 본 숫자에 판단이 묶인다 | "고점 10만원이던 주식이 6만원이니 싸다." 10만원은 지금 가치와 무관한 과거 숫자다 | 산 가격·과거 고점 대신 지금 사도 살 것인가를 묻는다 |
|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 믿고 싶은 정보만 찾는다 | 산 종목의 호재 기사만 읽고, 커뮤니티에서 같은 의견만 본다 | 사기 전에 "이 투자가 틀리는 이유" 세 가지를 적는다 |
| 과신 (Overconfidence) | 자기 실력과 정보를 과대평가한다 | 몇 번의 수익을 실력으로 여기고 매매 횟수와 금액을 늘린다 | 매매 기록과 비용을 적고 지수와 비교한다 |
| 심리 계좌 (Mental accounting) | 같은 돈을 출처에 따라 다르게 쓴다 | 보너스나 투자 수익은 "공돈"이라 더 위험하게 굴린다 | 모든 돈을 순자산 하나로 본다 |
| 매몰비용 (Sunk cost) | 이미 쓴 돈 때문에 계속한다 | "여기까지 물렸는데 이제 와서 팔 수는 없다", 물타기를 반복한다 | 이미 쓴 돈은 어떤 선택에서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다 |
과신의 값: 잦은 매매
과신은 직접 손실보다 매매 횟수로 값을 치르게 한다.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와 거래세,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이(호가 차이)가 빠져나간다. 한 번은 0.3% 남짓이라 작아 보인다. 1년 동안 보유 자산 전체를 몇 번 갈아 치우는지를 회전율(Turnover)이라 하는데, 회전율이 높으면 이 작은 비용이 해마다 보수처럼 붙는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매매로 시장보다 더 벌지도 덜 벌지도 못한다고 가정하고, 오직 비용 차이만 30년 동안 쌓아 본다.
회전율이 30년 동안 깎아 먹는 돈
MN.grow의 연 보수 자리에 회전율 × 비용을 넣었다. 실제 수수료·세율은 상품과 해마다 다르다.)미국 증권사 개인 고객 수만 명의 계좌를 분석한 연구(Barber·Odean, 2000)에서 가장 자주 매매한 상위 20% 가구의 순수익률은 시장보다 연 수 %p 낮았다. 매매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 비용과 잘못된 타이밍이 쌓였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진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매매하고 그만큼 수익률이 낮았다는 결과도 냈다. 과신은 성격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경향이다.
처분 효과: 이익은 빨리 팔고, 손실은 오래 쥔다
가치 함수를 다시 떠올린다. 오른 종목은 이득 영역에 있어 확실한 이익을 챙기고 싶다. 내린 종목은 손실 영역에 있어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른 종목을 팔고 내린 종목을 붙든다. 이를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 한다. 여러 나라의 계좌 자료에서 오른 종목을 팔 확률이 내린 종목을 팔 확률보다 1.5배 안팎 높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왔다.
문제는 시장이 내 매수 가격을 모른다는 데 있다. 6만원에 산 주식이 4만원이 되었을 때 "본전 6만원"은 앵커다. 물어야 할 질문은 "4만원짜리 이 주식을 지금 새로 사겠는가"뿐이다. 세금 면에서도 처분 효과는 거꾸로다. 이익을 실현하면 세금이 생길 수 있고, 손실은 다른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제도는 18장).
군집과 FOMO
주변 사람이 모두 같은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FOMO(Fear of missing out)라 한다. 남들이 사니까 사고, 남들이 파니까 파는 행동이 군집 행동(Herding)이다. 모두가 이렇게 움직이면 가격이 내재 가치에서 멀리 벗어나는 거품(Bubble)이 생기고, 언젠가 반대 방향으로 무너진다.
아래는 160명의 투자자가 모인 작은 시장이다. 각 점이 한 사람이고, 초록은 사려는 사람, 빨강은 팔려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두 가지를 보고 결정한다. 하나는 이웃과 가격 추세(따라하기), 다른 하나는 가격이 내재 가치 100보다 싼지 비싼지(가치 판단)다. "따라하기 확률"을 올려 본다.
따라하기가 만드는 거품과 붕괴
이 모형에서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어리석지 않았다. 각자 이웃을 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모두가 서로를 보면 시장 전체가 한쪽으로 쏠린다. 거품의 정점에서 들리는 말은 늘 비슷하다. "이번엔 다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2000년 전후 닷컴, 여러 차례의 코인 급등락이 같은 모양을 그렸다.
투자자 수익률이 펀드 수익률보다 낮은 이유
어떤 펀드가 10년 동안 연 8%를 벌었다고 하자. 그 펀드에 돈을 넣은 사람들은 평균 연 8%를 벌었을까? 미국 펀드 자료를 해마다 분석하는 조사에서는 투자자가 실제로 얻은 수익률이 펀드 자체의 수익률보다 연 1%p 안팎 낮게 나온다. 같은 펀드를 샀는데 왜 차이가 날까. 답은 언제 넣고 언제 뺐는가다.
펀드의 수익률은 처음부터 끝까지 넣어 둔 1원이 얼마가 되었는지를 잰다. 이것이 시간가중 수익률(Time-weighted return)이다. 투자자의 수익률은 실제로 넣고 뺀 돈의 흐름 전체에 대한 내부수익률(4장의 IRR)이다. 이것이 금액가중 수익률(Money-weighted return)이다. 많이 넣은 시기의 성과가 크게 반영된다. 오른 뒤에 많이 넣고 떨어진 뒤에 빼면 금액가중 수익률이 낮아진다.
아래 투자자는 매달 50만원씩 15년 동안 적립한다. 다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고점에서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지면 겁이 나서 전부 팔고, 가격이 고점 근처로 돌아오면 그동안 모은 현금까지 다시 넣는다.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이렇게 움직인다.
떨어지면 팔고, 회복하면 다시 사는 투자자
MN.irr로 계산했다. 세금·비용은 뺐다.)왜 이런 규칙은 거의 항상 손해일까. 판 가격은 고점의 80%인데 다시 산 가격은 고점의 100% 근처다. 그 사이 시장은 회복했고 투자자는 그 회복을 현금으로 지켜봤다. 가격이 떨어진 뒤 무작정 기다리면 다시 오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판 뒤 "확신이 들 때" 다시 사는 사람은 거의 언제나 더 비싸게 산다.
직접 해 보는 타이밍 게임
규칙이 아니라 감으로 하면 나을까? 아래 게임은 2년 동안의 무작위 가격을 하루씩 보여 준다. "시작"을 누르고, 떨어질 것 같으면 "지금 팔기", 오를 것 같으면 "지금 사기"를 누른다. 그래프 위를 눌러도 된다. 끝나면 그냥 들고 있던 사람과 비교한다.
타이밍 게임: 나 대 그냥 보유
최고의 며칠을 놓치면
시장 밖에 있는 것이 왜 그렇게 비쌀까. 주식의 장기 수익은 매일 고르게 생기지 않는다. 몇 안 되는 "아주 좋은 날"에 크게 몰려 있다. 그리고 그 좋은 날은 대개 가장 나쁜 날 바로 근처, 모두가 무서워서 빠져나간 시기에 온다. 미국 S&P 500 20년 자료로 계산한 여러 분석에서 상승률 상위 10일만 빠져도 최종 금액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아래는 같은 현상을 무작위 모형으로 재현한 것이다.
20년 중 최고의 N일을 빠졌을 때
폰지 구조: 새 돈으로 옛 돈을 갚는다
1920년 미국 보스턴의 찰스 폰지는 국제 우편 반신권의 가격 차이로 "45일에 50%"를 벌어 준다고 약속했다. 실제 사업 수익은 거의 없었다. 먼저 들어온 투자자에게 준 "수익"은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원금이었다. 약 8개월 만에 무너졌고, 이후 이런 구조에는 그의 이름이 붙었다. 2008년 드러난 미국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는 수십 년 동안 연 10% 안팎의 꾸준한 수익을 내세웠고, 장부상 금액이 약 65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돈을 모은 유사수신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폰지 구조의 수학은 단순하다. 약속한 월 수익률을 \(r\), 지금까지 모은 원금 합계를 \(B\)라 하면 매달 \(rB\)를 지급해야 한다. 원금이 커질수록 지급액도 커지므로, 새로 들어오는 돈이 적어도 그만큼 계속 늘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유한하다. 입소문이 한 바퀴 돌아 새 가입이 줄어드는 순간 현금이 바닥나고 무너진다. 아래에서 400명이 사는 마을에 "월 3% 보장" 상품이 퍼지는 과정을 돌려 본다.
폰지 붕괴 시뮬레이터
어느 값으로 돌려도 결론은 같다. 실제 이익이 없는 한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고, 다수가 원금을 잃는다. 일찍 들어와 많이 받아 간 사람의 "수익"은 늦게 들어온 사람의 원금이다. 그래서 일찍 들어간 사람의 경험담은 증거가 아니라 구조의 일부다. 법원은 붕괴 뒤 일찍 받아 간 수익을 돌려놓으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다단계와 피라미드
폰지가 "수익"을 미끼로 삼는다면 피라미드(Pyramid scheme) 구조는 "모집 수당"을 미끼로 삼는다. 내가 여섯 명을 데려오고 그 여섯 명이 각각 여섯 명을 데려오면 내 아래가 계속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계산해 보면 13단계만 내려가도 \(6^{13} \approx 130\)억 명으로 세계 인구를 넘는다. 구조의 맨 아래에 있는 대다수는 데려올 사람이 없어 낸 돈만 잃는다. 등록하고 실제 물건을 파는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와 달리, 상품이 없거나 형식적이고 가입비나 투자금 모집이 핵심인 구조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사기의 문장들
투자 사기는 겉모습을 계속 바꾼다. 코인, 비상장 주식, 해외 선물, 부동산 개발, 인공지능 자동매매, 저작권 투자가 차례로 쓰였다. 그러나 쓰는 문장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 들리는 말 | 실제로 뜻하는 것 |
|---|---|
| "원금 보장" | 예금자 보호를 받는 예금 같은 상품이 아니라면 투자 상품에 원금 보장은 없다. 금융당국 인가 없이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돈을 모으면 그 자체가 불법(유사수신)이다 |
| "월 3% 확정 수익" | 연 약 42.6%. 법정 최고금리 연 20%로 빌려서 투자해도 남는 수익을 왜 남에게 나눠 주는지 묻는다 |
| "오늘까지만, 선착순" | 생각할 시간과 주변에 물어볼 기회를 빼앗는다 |
| "남들에게는 비밀로" | 가족이나 은행 직원이 말리는 것을 막는다 |
| "지인을 데려오면 수당" | 새 돈이 계속 들어와야 굴러가는 구조라는 뜻이다 |
| "처음 수익은 바로 출금해 보세요" | 작은 돈을 돌려줘 신뢰를 산 뒤 큰돈을 받는 전형적 수법이다 |
| "전문가 리딩, 적중률 90%" | 그런 능력이 있다면 자기 돈으로 하면 된다. 수익 인증 화면은 쉽게 조작된다 |
리딩방은 메신저 단체방이나 유튜브 등에서 "전문가"가 종목과 매매 시점을 찍어 준다며 유료 회원을 모으는 곳이다. 처음에는 무료방에서 수익 인증을 보여 주고, 유료 VIP방으로 끌어올린 뒤, 마지막에는 자체 제작한 가짜 거래 앱이나 비상장 코인으로 투자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가짜 앱 화면의 숫자는 계속 오르지만 출금하려는 순간 "수수료", "세금" 명목으로 돈을 더 요구한다. 정식 금융회사인지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에서 등록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유명인이나 금융회사 이름을 내세워도 사칭일 수 있다.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스미싱은 문자 메시지(SMS)의 링크로 돈이나 정보를 빼낸다. 검찰·금융감독원 사칭, 저금리 대출 전환, 택배·과태료·청첩장 문자, "엄마 나 폰 고장났어" 가족 사칭까지 이야기는 다르지만 단계는 같다.
아래 체크리스트는 투자 권유나 전화·문자를 받았을 때 바로 써 볼 수 있다. 해당하는 항목을 고른다. 점수는 엄밀한 확률이 아니라 경고 신호가 얼마나 겹쳤는지를 보여 준다. 한두 개만으로도 멈출 이유는 충분하다.
이 제안, 사기일까?
당했을 때: 빠를수록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보냈다면 몇 분이 승부를 가른다. 사기범은 돈을 받자마자 여러 계좌로 쪼개 인출한다. 송금 직후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아직 인출되지 않은 돈은 묶어 둘 수 있고, 이후 법에 따른 피해금 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다.
| 상황 | 연락할 곳 | 할 일 |
|---|---|---|
| 돈을 이미 보냈다 | 경찰 112, 보낸 금융회사 고객센터 | 즉시 지급정지 요청, 이후 피해 구제 신청 |
| 불법 사금융·유사수신·투자 사기 의심 | 금융감독원 1332 | 상담·신고, 금융회사 등록 여부 확인 |
| 개인정보·신분증이 넘어갔다 | 금융감독원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 통신사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 내 명의 신규 계좌·대출·휴대폰 개설 차단 |
| 수상한 문자를 받았다 | 한국인터넷진흥원 118 | 링크를 누르지 말고 신고, 문자 삭제 |
| 악성 앱을 깔았다 | 112, 금융회사 | 휴대폰 초기화 전 신고, 다른 기기로 비밀번호 변경 |
한결의 가계부: "월 3% 보장"을 해부한다
한결은 16장에서 주식 70, 채권 30으로 나누고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한다는 규칙을 정했다. 규칙은 두 번 시험을 받았다. 첫 번째는 회사 동료들이 점심마다 이야기하는 코인 급등이었다. 한 달 만에 두 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 한결은 적립식 자동이체를 멈추고 그 돈을 코인에 넣고 싶어졌다. 두 번째는 몇 달 뒤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진 때였다. 주식이 30% 떨어지면 70/30 계좌는 약 21% 떨어진다(채권이 그대로라고 가정). 앱을 열 때마다 빨간 숫자를 보며 "더 떨어지기 전에 팔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동창이 메신저로 링크 하나를 보냈다. "전문가 리딩방인데 월 3% 확정 수익에 원금 보장이래. 나 넉 달째 꼬박꼬박 받고 있어. 1,000만원 넣으면 매달 30만원. 지인 소개하면 수당도 있고, 이번 주까지만 받는대." 아래 시뮬레이터로 이 제안을 숫자로 펼쳐 본다.
"월 3% 보장"이 사실이라면
MN.ASSETS 교육용 가정이다. 세로축은 로그 눈금이다.)코인 급등, 하락장, 그리고 "월 3% 보장"
한결은 체크리스트부터 했다. 원금 보장, 월 단위 확정 수익, 지인 소개 수당, 이번 주 마감. 네 개가 한꺼번에 걸렸다. 다음은 계산이었다. 월 3%는 연 약 42.6%다. 법정 최고금리 연 20%로 1,000만원을 빌려 이 상품에 넣어도 1년에 약 226만원이 남는다는 뜻이다. 그런 상품이 정말 있다면 운영자는 은행에서 빌려 혼자 넣으면 되지, 한결의 1,000만원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동창이 넉 달 동안 받은 120만원은 수익의 증거가 아니라, 폰지 시뮬레이터에서 본 것처럼 다음 가입자의 원금일 가능성이 높다. 한결은 금융감독원 '파인'에서 업체 이름을 조회했고 등록된 금융회사가 아니었다. 동창에게도 그 결과를 보내고 금융감독원 1332에 상담을 남겼다.
코인과 하락장 앞에서는 계산보다 규칙이 효과가 있었다. 한결은 자동이체를 그대로 두고, 주식 앱의 가격 알림을 껐다. "투자 판단은 1년에 한 번, 리밸런싱 날에만 한다"를 메모장 맨 위에 적었다. 코인이 궁금하면 순자산의 아주 작은 비율 안에서,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따로 다루기로 했다.
핵심 정리
- 사람은 돈을 기준점 대비 이득과 손실로 느끼고, 같은 금액의 손실을 이득보다 약 두 배 아프게 느낀다(손실 회피). 그래서 이익은 빨리 팔고 손실은 오래 쥐는 처분 효과가 생긴다.
- 사람은 가까운 미래를 크게 깎는 쌍곡 할인을 한다. 한 달 전의 결심이 당일에 뒤집히는 선호 역전 때문에 저축은 의지보다 자동이체 같은 사전 약속 장치에 맡기는 편이 낫다.
- 앵커링, 확증 편향, 과신, 심리 계좌, 매몰비용은 매매를 늘리고 판단을 늦춘다. 잦은 매매의 비용은 30년 동안 쌓이면 큰 금액이 된다.
- 군집과 FOMO는 거품과 붕괴를 만들고, 떨어지면 팔고 회복하면 사는 행동은 투자자 수익률을 펀드 수익률보다 낮춘다. 최고의 날은 최악의 날 근처에 몰려 있어 시장 밖에 있는 비용이 크다.
- 폰지 구조는 새 돈으로 옛 돈의 "수익"을 주므로 신규 유입이 줄면 반드시 무너진다. 원금 보장, 확정 고수익, 지인 수당, 마감 압박, 비밀 유지 요구는 사기의 공통 문장이다.
- 월 3%는 연 약 42.6%로 법정 최고금리의 두 배가 넘는다. 의심되면 '파인'에서 등록 여부를 조회하고 1332에 상담하며, 이미 송금했다면 즉시 112와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확인 퀴즈
1. 동전 내기에서 지면 1만원을 잃는다. 손실 회피 계수 λ가 약 2인 사람이 이 내기를 받아들이려면 이길 때 대략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 (곡선의 휨은 무시한다)
2. "월 3% 확정 수익"을 받은 수익까지 다시 넣어 1년 굴린다면 연 수익률은 대략 얼마인가?
3. 같은 펀드에 투자했는데 투자자가 실제로 얻은 수익률이 펀드의 수익률보다 낮게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4. "검찰청"이라며 계좌가 범죄에 쓰였으니 안전계좌로 돈을 옮기라는 전화를 받고 이미 송금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