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집: 월세·전세·매매

살 곳은 고를 수 있어도 주거비를 피할 수는 없다. 월세는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니 아프게 느껴지고, 전세는 "돌려받는 돈"이라 공짜처럼 느껴지고, 매매는 "내 집"이라 비용이 아니라 저축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대부분 틀렸다. 이 장은 세 가지 방식을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이라는 같은 저울에 올리고, 한국 특유의 전세 보증금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 집을 살 때 집값 말고 무엇이 드는지를 직접 끌고 바꿔 보며 확인한다.

같은 집, 세 가지 가격표

서울의 한 투룸 빌라를 생각해 보자. 부동산 앱에는 같은 집이 세 가지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방식처음에 내는 돈매달 내는 돈끝날 때
월세보증금 1,000만원80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돌려받는다
반전세보증금 1억원약 42만원보증금 1억원을 돌려받는다
전세보증금 2억원0원보증금 2억원을 돌려받는다
매매3억원 + 부대비용대출이자·보유세그때의 집값으로 팔 수 있다

"전세는 매달 내는 돈이 0원이니 가장 싸다"는 말은 반만 맞다. 2억원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내 돈이라면 그 돈을 예금에 넣어 받을 수 있었던 이자를 포기한 것이고, 대출이라면 은행에 이자를 낸다. 앞의 것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라 포기한 다른 선택의 가치다. 매매도 마찬가지다. 집값의 상당 부분을 내 돈으로 내면 그 돈의 이자를 포기하고, 나머지는 대출이자를 낸다. 대신 집값이 오르면 그 상승분을 갖고, 내리면 떠안는다.

그래서 이 장의 질문은 하나다. 1년 동안 이 집에 사는 대가로 내 재산에서 실제로 사라지는 돈은 얼마인가. 돌려받는 보증금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고,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대출이자, 포기한 이자, 세금과 수리비, 집값 하락분은 사라지는 돈이다. 이 기준 하나로 네 가지 가격표를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다.

이 장은 돈의 흐름에서 어디인가 9장과 10장에서 빚의 구조를 봤다. 집은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지는 가장 큰 빚이자, 가장 큰 목돈(보증금)을 남의 손에 맡기는 자리다. 그래서 '빌리기' 단계의 마지막 장이다. 수치는 2026년 한국 제도를 기준으로 한 교육용 대표값이며 특정 지역의 시세를 말하지 않는다. 이 장은 집값을 예측하지 않는다.

전세: 이자 없이 빌려주는 목돈

전세(Jeonse, key-money lease)는 세입자가 집값의 상당 부분(흔히 50~80%)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계약 기간(보통 2년) 동안 월세 없이 살다가 끝날 때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계약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방식이 큰 규모로 자리 잡은 나라는 거의 없다. 볼리비아에 비슷한 제도가 있는 정도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대출 1.6억 (보증금으로 바로 간다) 매달 이자 세입자 내 돈 4,000만 + 대출 1.6억 보증금 2억 집을 쓸 권리 집주인 보증금 2억을 2년간 무이자로 쓴다 그 돈의 쓰임 대출 상환·다른 집 2년 뒤: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이나 집주인 돈으로 돌려준다
그림 1. 전세의 돈 흐름. 세입자는 월세 대신 목돈의 이자(내 돈이면 기회비용, 대출이면 이자)를 낸다. 집주인은 은행보다 싸게, 사실상 이자 없이 목돈을 빌린다. 보증금을 돌려주는 돈은 대개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구조의 약한 고리다.

전세가 자리 잡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세입자 쪽에서 보면 전세는 목돈을 맡기고 그 이자로 집세를 내는 계약이다. 매달 나가는 돈이 없으니 저축이 쉽고, 끝나면 목돈이 그대로 돌아온다. 대신 그 목돈이 남의 손에 있는 동안 생기는 위험, 즉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는다. 이 장의 절반이 그 위험에 관한 이야기다.

전월세 전환율: 보증금과 월세의 환율

앞의 가격표에서 보증금 2억원 전세와 보증금 1,000만원·월세 80만원은 사실상 같은 값으로 매겨져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 1억 9,000만원을 덜 받는 대신 월세를 받기 때문이다. 그 교환 비율이 전월세 전환율(Deposit-to-rent conversion rate)이다. 보증금 차액에 연 몇 %를 곱해 월세로 바꾸는지를 나타낸다.

$$\text{월세} = \frac{(\text{전세 보증금} - \text{월세 보증금}) \times \text{전환율}}{12}$$
전환율 5%라면 보증금 1억원을 줄일 때마다 월세가 \(1억 \times 0.05 / 12 \approx 41.7\)만원 늘어난다.

아래 시소의 바닥 손잡이를 끌어 보증금을 바꿔 본다. 보증금을 덜어 낼수록 반대편에 월세 동전이 쌓인다. 그다음 전환율과 예금금리를 바꿔, 보증금을 더 넣는 쪽이 이득인지 덜 넣는 쪽이 이득인지가 뒤집히는 순간을 찾아본다.

SIMULATOR

전월세 시소: 보증금을 덜면 월세가 쌓인다

아래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보증금—
월세—
연 주거비(기회비용 포함)—
보증금 1,000만원 더 넣으면—
해볼 것: ① 보증금을 0원까지 끌어 월세가 얼마까지 오르는지 본다. ② 전환율 5%, 예금금리 3%에서 보증금을 1,000만원 늘리면 1년에 20만원이 줄어든다. ③ 예금금리를 전환율보다 높게 올린다. 이제는 보증금을 줄이고 그 돈을 예금하는 편이 낫다. (전세 2억원 기준. 연 주거비 = 월세 × 12 + 보증금 × 예금금리.)

시소가 보여 준 규칙은 단순하다. 전환율이 내 돈의 수익률(예금금리, 대출이라면 대출금리)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편이 싸고, 낮으면 월세가 싸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같은 셈이 거꾸로 돈다. 은행 이자가 낮을 때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원하고, 금리가 오르면 세입자들이 전세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월세를 찾는다. 금리 뉴스가 전세·월세 비율을 흔드는 이유다.

법정 전환율 상한과 시장 전환율은 다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 중에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전환율을 "연 10%와 기준금리 + 2%p 중 낮은 값" 이하로 묶는다(2026년 기준. 기준금리가 2.5%면 상한 4.5%). 새로 계약할 때의 시장 전환율은 이 상한에 묶이지 않고,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대략 4~7% 사이에서 움직인다. 제도와 요율은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계약 때 직접 확인한다.

같은 저울에 올리기

이제 월세·전세·매매를 한 저울에 올린다. 사라지는 돈을 항목별로 쓰면 다음과 같다.

$$\begin{aligned}C_{\text{월세}} &= 12R + B\,r \\ C_{\text{전세}} &= E\,r + L\,i \\ C_{\text{매매}} &= E\,r + L\,i + P\,(t+m) - P\,g\end{aligned}$$
\(R\): 월세, \(B\): 보증금, \(E\): 집에 묶인 내 돈, \(L\): 대출, \(r\): 내 돈의 기회비용(예금금리), \(i\): 대출금리, \(P\): 집값, \(t\): 보유세율, \(m\): 수선·유지비율, \(g\): 집값 상승률

매매에만 마지막 항 \(-Pg\)가 있다.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줄고, 떨어지면 비용이 는다. 매매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한 항이고, 매매가 가장 비쌀 수도 있는 이유도 이 한 항이다. 아래에서 세 슬라이더를 움직이거나, 아래 그래프의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집값 상승률을 바꿔 본다.

SIMULATOR

주거비 저울: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

월세·대출이자내 돈의 기회비용보유세·유지비집값 상승(비용을 줄인다)
월세 1,000/80—
전세 2억(대출 1.6억)—
매매 3억(대출 50%)—
매매가 전세를 이기는 상승률—
해볼 것: ① 집값 상승률을 0%로 둔다. 매매가 가장 비싸다(연 1,260만원). ② 상승률을 올리며 매매 선이 전세 선 아래로 내려가는 지점을 찾는다(약 1.67%). ③ 대출금리를 7%로 올린다. 전세도 월세보다 비싸진다. (가정: 집값 3억원, 보유세 0.2%, 수선·유지 0.5%, 전세·매매 대출금리는 같다고 둔다. 취득세·중개보수 같은 한 번 내는 비용은 넣지 않았다. 세금과 거래비용을 빼면 매매가 실제보다 유리하게 보인다.)

저울에서 본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기본값(예금 3%, 대출 4%, 상승 2%)에서 연 비용은 월세 990만원, 전세 760만원, 매매 660만원이다. 그런데 매매의 660만원은 집값이 해마다 2%씩 오른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다. 상승률이 0%면 매매는 1,26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매매가 전세보다 싸려면 집값이 해마다 약 1.67%보다 더 올라야 한다. 매매를 고른다는 것은 그 상승률에 내기를 거는 일이고, 그 내기는 대출 때문에 크게 증폭된다(뒤의 레버리지 절).

반대로 월세는 늘 비싸 보이지만 가장 단순한 선택이다. 목돈이 묶이지 않고, 보증금이 작으니 떼일 돈도 작고, 이사가 자유롭다. 사회초년생에게 월세가 꼭 나쁜 선택이 아닌 이유다.

전세 대출금리와 내 돈의 수익률 저울에서 전세의 비용은 "내 돈 × 예금금리 + 대출 × 대출금리"였다. 보증금의 대부분이 대출이면 전세의 비용은 사실상 대출금리가 결정한다. 전세자금대출은 대개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만기일시 상환이고(10장),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전세가 월세보다 빠르게 비싸진다. 전환율 5%짜리 월세와 대출금리 6%짜리 전세를 비교하면 월세가 싸다.

보증금이 사라지는 길: 깡통전세

저울은 "보증금은 돌려받는다"고 가정했다. 그 가정이 깨질 때가 전세의 진짜 위험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는 결국 그 집을 경매(Auction)에 넘겨 낙찰 대금에서 돌려받아야 한다. 이때 두 가지가 문제가 된다.

보증금과 선순위 빚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바짝 붙어 있거나 넘는 집을 깡통전세(Underwater jeonse)라 한다. 집을 다 팔아도 보증금을 채우지 못하는, 속이 빈 깡통이라는 뜻이다. 보증금 ÷ 집값을 전세가율(Jeonse-to-price ratio)이라 하는데, 전세가율만 보면 부족하고 선순위 빚까지 더해서 봐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시세 막대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집값을 바꿔 본다. 가운데 낙찰가가 따라 움직이고, 그 높이에서 그은 선이 오른쪽 막대를 자른다. 선 위로 올라간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SIMULATOR

깡통전세: 낙찰가가 보증금을 자르는 선

시세 막대를 위아래로 끈다
전세가율—
(선순위 + 보증금) ÷ 시세—
돌려받는 보증금—
잃는 돈—
해볼 것: ① 기본값(시세 2.8억, 선순위 3,000만, 보증금 2억)에서도 낙찰가율 80%면 600만원이 잘린다. 전세가율 71%인데도 그렇다. ② 시세를 20% 끌어내린다(2.24억). 잃는 돈이 5,000만원을 넘는다. ③ 선순위 대출을 0으로, 보증금을 1.6억으로 줄인다. 시세가 꽤 떨어져도 선이 보증금에 닿지 않는다. (경매 비용,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밀린 세금 같은 당해세는 넣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것들이 낙찰 대금에서 먼저 빠져 더 불리하다.)

그래프의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집값이 그대로여도 경매에 가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낙찰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둘째, (선순위 + 보증금) ÷ 시세가 70~80%를 넘으면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이 잘린다. 전세가율이 높은 집은 월세로 환산한 값이 싸 보이지만, 그 싼 값은 위험을 내가 떠안는 대가다.

근저당의 '채권최고액'은 실제 빌린 돈보다 크다 등기부등본에 적힌 근저당 금액은 채권최고액(Maximum secured amount)이다. 밀린 이자와 비용까지 담보하려고 은행이 실제 대출의 약 110~130%로 적어 둔다. 실제 대출 잔액은 등기부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보수적으로 채권최고액 전부를 내 앞의 빚으로 보고 계산한다.

등기부등본 읽기

집에 얽힌 빚과 권리는 등기부등본(Real estate register)에 적혀 있다. 누구나 인터넷 등기소에서 몇백 원에서 1,000원 남짓에 뗄 수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다.

부분적힌 것세입자가 볼 것
표제부주소, 건물 구조, 면적, 용도계약서의 주소·호수와 같은가. 용도가 주거용인가(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이면 전입·보증 가입이 막힐 수 있다).
갑구소유권: 누가 주인인가, 언제 바뀌었나, 압류·가압류·경매·신탁계약하러 나온 사람이 진짜 소유자인가. 소유권을 묶는 기록이 있는가.
을구소유권 외의 권리: 근저당, 전세권, 임차권내 앞에 선 빚(채권최고액)이 얼마인가.

아래는 가상의 집 세 채의 등기부를 줄인 것이다. 집을 고르고 오른쪽 점검 항목을 하나씩 체크하면, 그 항목에 해당하는 줄이 표시되고 판단이 나온다. 세 집 모두에서 위험 신호를 찾아본다.

CHECKLIST

등기부 점검: 위험 신호를 찾아라

점검한 항목—
위험 신호—
판단—
해볼 것: ① 빌라 A를 모두 점검한다. 말소된 근저당은 줄이 그어져 있고 더는 빚이 아니다. ② 빌라 B에서 소유권이 바뀐 시기와 근저당이 설정된 날짜를 나란히 본다. ③ 오피스텔 C의 갑구에서 진짜 소유자가 누구인지 찾는다. (모든 이름·주소·금액은 가상이다. 실제 등기부에는 접수 번호, 등기 원인, 권리자의 주소 등이 더 적힌다.)

등기부는 계약 직전에 한 번, 잔금을 치르는 당일에 한 번 더 뗀다. 계약과 잔금 사이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 말고도 볼 것이 있다. 집주인이 밀린 세금이 있으면 경매 때 그 세금이 보증금보다 먼저 빠질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집주인의 납세증명서(국세·지방세 완납 증명)를 요구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전입세대 확인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도 다가구주택에서는 내 앞의 빚이 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효력이 생기는 시각

보증금을 지키는 법적 장치는 두 가지다.

함정은 시각이다. 은행의 근저당은 등기소에 접수하는 즉시 효력이 생기지만,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생긴다. 집주인이 내 잔금일 당일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같은 날이라도 은행이 나보다 앞선다. 아래 타임라인에서 두 표식을 끌어 날짜를 바꿔 본다.

SIMULATOR

순위 타임라인: 같은 날이면 누가 먼저인가

두 표식을 좌우로 끈다
대항력—
우선변제권—
경매 배당 1순위—
해볼 것: ① 기본값은 잔금일에 전입신고를 하고, 집주인도 같은 날 근저당을 접수한 경우다. 은행이 앞선다. ② 근저당을 하루 뒤로 끈다. 이제 내가 앞선다. ③ '확정일자만'을 고른다. 전입신고가 없으면 확정일자만으로는 아무 순위도 없다. (단순화한 모델이다. 실제 배당에서는 경매 비용, 당해세,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가 먼저 빠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집주인은 담보 대출(근저당 설정)을 하지 않는다. 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그리고 잔금 당일, 돈을 보내기 직전에 등기부를 다시 떼어 본다. 이사 날 전입신고를 미루지 않는 것, 계약 기간 동안 주소를 옮기지 않는 것(주소를 옮기면 대항력이 사라진다)도 같은 이유다.

① 계약 전 등기부 갑구·을구 · 시세·전세가율 집주인 납세증명 · 건축물 용도 보증 가입 가능? ② 계약 소유자 본인 확인 · 소유자 명의 계좌 특약: 근저당 금지 특약: 보증 거절 시 계약 해제 ③ 잔금 당일 등기부 다시 발급 · 잔금 송금 전입신고 · 확정일자 → 다음 날 0시 대항력·우선변제권 ④ 입주 후 반환보증 가입 주소 유지 (옮기면 대항력이 사라진다) ⑤ 만기 전 6~2개월 전 갱신·종료 통보 못 받으면 임차권등기명령 후 이사
그림 2. 보증금을 지키는 다섯 단계. 가장 중요한 날은 ③ 잔금 당일이다. 등기부를 다시 보고, 돈을 보내고, 같은 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친다. 만기에 돈을 못 받고 이사해야 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받아 두어야 이사 뒤에도 대항력이 유지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앞의 장치들은 순위를 지켜 줄 뿐, 집값 자체가 모자라면 보증금을 채워 주지 못한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Deposit return guarantee)이다. 공적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나 보증보험사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 낸다. 보증료는 대략 보증금의 연 0.1~0.2% 수준이라(2026년 기준, 주택 유형·보증금·전세가율에 따라 다르다), 보증금 2억원이면 1년에 약 20만~40만원이다.

대신 아무 집이나 가입되지 않는다. (선순위 +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최근 기준 약 90%) 이하여야 하고, 주택가격을 매기는 방식도 정해져 있으며, 불법 건축물이나 근린생활시설은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증 가입이 되는 집인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 자체가 좋은 위험 점검이 된다. 가입이 거절된다면 그 집은 보증기관이 보기에도 위험하다는 뜻이다.

제도는 자주 바뀐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반환보증 가입 요건, 전세자금대출 규제,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금액(서울은 보증금 약 1억 6,500만원 이하일 때 약 5,500만원까지), 피해자 지원 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 장의 수치는 2026년 기준 대표값이다. 계약 전에 보증기관과 관할 지자체의 최신 기준을 확인한다.

전세사기는 어떻게 짜이는가

2020년대 초반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사기가 잇따랐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20~30대였고, 처음 목돈을 맡긴 사람들이었다. 수법은 여러 가지지만 뼈대는 앞에서 본 구조의 약점을 그대로 파고든다.

(가) 깡통 동시진행 매매가 전세가 시세를 부풀려 전세가를 매매가만큼 받고, 무자본 집주인에게 넘긴다 막기: 시세·전세가율·보증 (나) 잔금일 끼워 넣기 D 0시 D+1 전입 효력이 생기기 전 같은 날 근저당을 잡거나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판다 막기: 특약·당일 등기부 (다) 권한 없는 계약 등기상 소유자 ≠ 계약하러 온 사람 신탁된 집을 위탁자가, 위임장만 든 대리인이, 가짜 집주인이 계약한다 막기: 신분증·신탁원부
그림 3. 전세사기의 세 가지 뼈대. (가)는 깡통전세를 일부러 만드는 것이고, (나)는 대항력이 생기는 시각의 틈을 노리는 것이며, (다)는 계약할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막는 법은 모두 앞 절들에 이미 나왔다.
이런 말이 들리면 멈춘다 "이 가격에 이런 집은 다시 안 나온다, 오늘 가계약금부터 넣자." "보증보험은 안 되지만 집주인이 부자라 괜찮다." "이사 지원금·이자 지원을 해 줄 테니 이 집으로 하자." "등기부는 우리가 봤으니 따로 안 봐도 된다." "보증금은 집주인 대신 이 계좌로 보내 달라." 서두르게 하는 말, 확인을 막는 말, 공짜를 주는 말은 모두 위험 신호다. 사기 수법이 보이는 공통 심리는 17장에서 더 다룬다.

집을 산다는 것: 영수증에 찍히는 것들

매매로 넘어가 보자. 저울에서는 매매의 연간 비용만 봤지만, 집을 사는 순간 한 번에 나가는 돈이 꽤 크다.

아래 영수증에서 집값과 수리비를 바꿔 본다. 생애 처음 집을 사는 경우의 취득세 감면도 켜 본다.

SIMULATOR

매수 영수증: 집값 말고 내는 돈

부대비용 합계—
집값 대비—
대출 50%일 때 필요한 현금—
해볼 것: ① 5억원 집의 부대비용은 약 2,000만원, 집값의 4%다. ② 집값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며 취득세 줄이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 본다. ③ 대출이 집값의 50%여도 필요한 현금은 집값의 절반보다 훨씬 많다. (1주택자, 전용 85㎡ 이하 가정. 세율·감면 요건·중개보수 상한은 2026년 기준 대략값이며 바뀔 수 있다. 중개보수에 부가가치세가 붙을 수 있다.)

집을 사고팔 때마다 집값의 3~5%가 사라진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3년마다 사고팔면 이 비용이 연 1~2%씩 비용을 늘리는 셈이라, 저울에서 매매가 이기려면 집값이 그만큼 더 올라야 한다. 집은 자주 사고팔수록 불리한 자산이다.

집값(1주택, 85㎡ 이하)취득세 + 지방교육세(약)중개보수 상한
3억원330만원 (1.1%)120만원 (0.4%)
5억원550만원 (1.1%)200만원 (0.4%)
7.5억원1,650만원 (2.2%)300만원 (0.4%)
10억원3,300만원 (3.3%)500만원 (0.5%)

대출과 레버리지: 집값의 10%가 내 돈의 25%가 된다

집을 살 때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받는다. 얼마나 빌릴 수 있는지는 두 가지 규제가 정한다(10장).

대출로 집을 사면 집값의 변화가 내 돈에 몰려서 나타난다. 5억원 집을 내 돈 2억원, 대출 3억원으로 샀다고 하자. 집값이 10%(5,000만원) 오르면 대출은 그대로이므로 5,000만원이 모두 내 몫이다. 내 돈 2억원 기준으로는 25% 수익이다. 10% 떨어지면 똑같이 25% 손실이다. 이것이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효과다.

$$\text{자기자본 수익률} = \frac{P\,g - (\text{이자} + \text{보유비용})}{P - L}, \qquad \text{배율} = \frac{P}{P-L} = \frac{1}{1-\text{LTV}}$$
\(P\): 집값, \(L\): 대출, \(g\): 집값 변화율. LTV 60%면 집값 변화가 내 돈에는 2.5배로 나타난다.

아래에서 대출 비율을 바꾸고, 그래프 위 손잡이를 끌어 집값 변화를 바꿔 본다. 돋보기 안의 숫자가 내 돈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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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확대경: 집값의 흔들림이 내 돈에서는 몇 배인가

내 돈(자기자본)—
내 돈의 손익—
자기자본 수익률—
배율—
해볼 것: ① LTV 0%에서 집값 +10%는 내 돈 +10%다. LTV 60%에서는 +25%가 된다. ② 비용을 켠다. 집값이 그대로여도 내 돈은 해마다 7.75%씩 줄어든다. ③ LTV 80%에서 집값을 −20%까지 끈다. 내 돈이 전부 사라지고(−100%), 그보다 더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빚이 남는다. (집값 5억원 가정. 세금·거래비용·원금 상환은 넣지 않았다.)

레버리지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집값이 오를 때 대출은 수익을 키우고, 내릴 때는 손실을 키운다. 그리고 집값이 그대로여도 이자는 꼬박꼬박 나간다. 비용을 켠 상태에서 손익이 0이 되는 집값 상승률을 찾아보면, 매매가 "비용 없는 저축"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보인다. 전세의 갭투자도 같은 구조다. 집주인의 대출이 은행 대신 세입자의 보증금일 뿐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그 손실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넘어온다.

집까지 걸리는 해

집값이 소득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다. 집값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두 모으면 몇 년 걸리는가"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소득의 일부만 모을 수 있고, 모으는 동안 집값도 움직인다. 아래 그래프는 모은 돈(초록)과 집을 사려면 필요한 자기 돈(빨강, 자기 돈 비율 + 부대비용 4%)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 준다. 두 선이 만나는 해가 집을 살 수 있는 해다.

SIMULATOR

집까지 걸리는 해: 모으는 속도와 집값이 달아나는 속도

PIR (연소득 3,934만원 기준)—
지금 필요한 자기 돈—
걸리는 해—
그때의 집값—
해볼 것: ① 기본값(5억원, 월 100만원, 상승 3%, 자기 돈 50%)에서 약 19.5년이 걸린다. ② 상승률을 5%로 올린다. 40년 안에 닿지 않는다. 집값이 저축보다 빨리 달아난다. ③ 자기 돈 비율을 30%로 낮춘다. 빨리 닿지만 그만큼 큰 빚을 진다. ④ 집값을 서울 아파트 평균 수준인 15억원으로 올린다. 월 100만원으로는 40년 안에 닿지 않고, 월 300만원을 모아도 약 21.7년이 걸린다. (시작 자금 4,000만원, 저축은 연 3%로 굴리고 저축액은 해마다 3% 늘린다고 가정. 집값 상승률은 가정일 뿐 예측이 아니다.)

두 선의 경주는 결국 저축이 불어나는 속도와 집값이 오르는 속도의 싸움이다. 저축률을 높이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지만, 집값 상승률은 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 집을 사야 하는가"에는 정답이 없고, 정할 수 있는 것은 "얼마까지 빚을 질 수 있는가", "집값이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가"뿐이다. 앞의 레버리지 확대경이 그 질문의 답을 보여 준다.

한결의 결정: 서른 살의 이사

2029년, 서른 살이 된 한결은 원룸(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에서 3년을 살았다. 연봉은 해마다 3%씩 올라 약 3,934만원이 되었고, 월 100만원씩 모은 돈은 연 3%로 굴려 약 3,760만원이 되었다. 8장에서 정한 비상금 600만원은 그대로 남겨 두기로 하니, 원룸 보증금 1,000만원을 돌려받으면 집에 쓸 수 있는 내 돈은 약 4,000만원이다. 회사와 가까운 투룸 빌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지는 셋이다.

매매는 이번 선택지에서 뺐다. 같은 집을 사려면 자기 돈 50%만 잡아도 1.4억원에 부대비용이 더 드는데, 한결의 돈은 4,000만원이다. 대출을 최대로 끌어 쓰면 앞의 확대경에서 본 것처럼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내 돈이 크게 흔들린다. 아래에서 세 선택지의 2년 누적 비용을 돌려 본다.

SIMULATOR

한결의 2년: 세 갈래의 누적 주거비

A 원룸 유지—
B 투룸 월세—
C 투룸 전세—
C − B—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2년 비용은 A 1,500만원, B 2,110만원, C 1,740만원이다. ②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며 C가 B를 넘어서는 금리를 찾는다(연 비용 기준 약 5.25%). ③ '집값 20% 하락·경매'를 고르고 반환보증을 끈다. 낙찰가율 80%면 보증금 중 2,080만원이 잘린다. (주거비만 비교한다. 대출 원금은 보증금으로 돌아오므로 비용에 넣지 않았다.)
LEDGER 한결한결의 가계부 · 11장

서른 살의 이사: 투룸 전세로 간다, 조건을 걸고

예금 3%, 전세대출 4%에서 1년에 사라지는 돈은 A 원룸 유지 750만원, B 투룸 월세 990만원(MN.housingCost), C 투룸 전세 760만원에 반환보증료 약 30만원을 더한 약 790만원이다. 같은 투룸이라면 전세가 월세보다 1년에 약 200만원 싸고, 지금의 원룸보다 약 40만원 더 들 뿐이다. 매달 나가는 현금도 대출이자 약 53만원으로 지금 월세 60만원보다 적다. 이사 비용까지 넣은 2년 누적은 A 1,500만원, B 2,110만원, C 1,740만원이다.

한결은 C를 고르되 조건을 걸었다. ① 전세가율 약 71%(2억 ÷ 2.8억)이고 선순위 근저당이 없음을 등기부로 확인한다. ② 반환보증 가입이 거절되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특약과,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다. ③ 잔금 당일 등기부를 다시 떼고, 같은 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친다. ④ 전세대출 금리가 약 5.25%를 넘으면 전세가 월세보다 비싸지므로, 만기 때 금리를 보고 다시 판단한다. 조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원룸에 1년 더 머문다.

이 장에서 정한 것투룸 전세 2억원(내 돈 4,000만 + 대출 1.6억), 반환보증 가입. 매매는 아직 하지 않는다.
아직 남은 문제전세대출 1.6억원은 변동금리라 금리가 오르면 비용이 는다. 비상금 600만원 말고 매달 쌓이는 저축은 어디에 둘 것인가.
다음 단계12장: 매달 100만원 저축을 예금·채권·주식에 나눠 넣으면 30년 뒤 어떤 분포가 되는가.

핵심 정리

  1. 주거비는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으로 비교한다. 돌려받는 보증금은 비용이 아니지만, 그 돈의 기회비용(예금 이자)과 대출이자는 비용이다.
  2.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그 이자로 집세를 내는 계약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 돈의 수익률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편이, 낮으면 월세가 싸다.
  3. 매매의 연간 비용은 내 돈의 기회비용 + 대출이자 + 보유세·유지비 − 집값 상승분이다. 매매가 싸 보이는 것은 대부분 집값 상승 가정 덕분이고, 상승률이 그 아래로 내려가면 가장 비싼 선택이 된다.
  4. 깡통전세는 (선순위 빚 + 보증금)이 집값에 바짝 붙은 집이다. 경매 낙찰가는 시세보다 낮아서, 집값이 그대로여도 보증금이 잘릴 수 있다. 근저당은 채권최고액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한다.
  5. 등기부등본은 표제부(용도), 갑구(소유자·압류·신탁), 을구(근저당)를 본다. 계약 전과 잔금 당일에 두 번 뗀다.
  6.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확정일자가 더해져야 생긴다. 근저당은 접수 즉시 효력이 생기므로 같은 날이면 은행이 앞선다. 특약과 반환보증으로 그 틈을 막는다.
  7. 집을 살 때는 집값의 약 3~5%가 취득세·중개보수·등기비·이사·수리로 사라지고, 대출은 집값 변화를 1/(1−LTV)배로 키워 내 돈에 얹는다. 세율·규제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확인 퀴즈

전세 2억원짜리 집을 보증금 1억원 반전세로 바꾸려 한다. 전월세 전환율이 연 5%라면 월세는 얼마인가?

줄어든 보증금 1억원 × 5% ÷ 12 = 약 41.7만원이다(MN.jeonseToRent(1e8, 0.05)). 내 예금금리가 5%보다 낮다면, 보증금 1억원을 더 넣고 월세를 안 내는 편이 1년에 그 차이만큼 싸다.

3월 10일에 이사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쳤다. 집주인이 같은 3월 10일 오후에 이 집을 담보로 근저당을 접수했다면?

대항력은 입주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0시에 생기고, 우선변제권도 그 시각보다 앞설 수 없다. 근저당은 접수 즉시 효력이 생긴다. 그래서 같은 날이면 은행이 앞선다.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고, 잔금 직전 등기부를 다시 보는 이유다.

시세 3억원인 집에 선순위 근저당 1억원이 있고, 내 보증금은 2억원이다. 이 집이 경매에서 시세의 80%에 낙찰되면 돌려받는 보증금은? (경매 비용 등은 무시)

낙찰가 3억 × 80% = 2.4억원. 선순위 근저당 1억원을 먼저 갚고 남은 1.4억원을 받는다. 6,000만원을 잃는다. 전세가율은 67%로 높지 않아 보이지만, (선순위 + 보증금) ÷ 시세는 100%다. 전세가율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5억원 집을 내 돈 2억원, 대출 3억원으로 샀다. 1년 뒤 집값이 10% 떨어졌다면 내 돈(자기자본)은 몇 % 줄었나? (이자·세금은 무시)

집값이 5,000만원 떨어지는데 대출 3억원은 그대로이므로 손실은 모두 내 돈 2억원이 떠안는다. 5,000만 ÷ 2억 = 25%. 배율은 1/(1−0.6) = 2.5배다. 팔지 않았어도 지금 팔면 받을 돈, 즉 순자산은 이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