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월세·전세·매매
살 곳은 고를 수 있어도 주거비를 피할 수는 없다. 월세는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니 아프게 느껴지고, 전세는 "돌려받는 돈"이라 공짜처럼 느껴지고, 매매는 "내 집"이라 비용이 아니라 저축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대부분 틀렸다. 이 장은 세 가지 방식을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이라는 같은 저울에 올리고, 한국 특유의 전세 보증금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 집을 살 때 집값 말고 무엇이 드는지를 직접 끌고 바꿔 보며 확인한다.
- 전세가 왜 한국에서 생겼고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각각 어떤 거래인지 설명한다.
- 전월세 전환율로 보증금과 월세를 서로 바꾸고, 보증금을 늘릴지 줄일지 판단한다.
- 월세·전세·매매의 연간 비용을 기회비용까지 넣어 비교하고, 승자가 바뀌는 금리와 집값 상승률을 찾는다.
- 깡통전세의 구조를 보고, 등기부등본에서 선순위 채권·신탁·압류를 찾아낸다.
- 전입신고·확정일자가 만드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그리고 그 효력이 생기는 시각의 틈을 이해한다.
- 집을 살 때 드는 부대비용과 대출이 만드는 레버리지(손익 증폭)를 숫자로 확인한다.
같은 집, 세 가지 가격표
서울의 한 투룸 빌라를 생각해 보자. 부동산 앱에는 같은 집이 세 가지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 방식 | 처음에 내는 돈 | 매달 내는 돈 | 끝날 때 |
|---|---|---|---|
| 월세 | 보증금 1,000만원 | 80만원 | 보증금 1,000만원을 돌려받는다 |
| 반전세 | 보증금 1억원 | 약 42만원 | 보증금 1억원을 돌려받는다 |
| 전세 | 보증금 2억원 | 0원 | 보증금 2억원을 돌려받는다 |
| 매매 | 3억원 + 부대비용 | 대출이자·보유세 | 그때의 집값으로 팔 수 있다 |
"전세는 매달 내는 돈이 0원이니 가장 싸다"는 말은 반만 맞다. 2억원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내 돈이라면 그 돈을 예금에 넣어 받을 수 있었던 이자를 포기한 것이고, 대출이라면 은행에 이자를 낸다. 앞의 것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라 포기한 다른 선택의 가치다. 매매도 마찬가지다. 집값의 상당 부분을 내 돈으로 내면 그 돈의 이자를 포기하고, 나머지는 대출이자를 낸다. 대신 집값이 오르면 그 상승분을 갖고, 내리면 떠안는다.
그래서 이 장의 질문은 하나다. 1년 동안 이 집에 사는 대가로 내 재산에서 실제로 사라지는 돈은 얼마인가. 돌려받는 보증금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고,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대출이자, 포기한 이자, 세금과 수리비, 집값 하락분은 사라지는 돈이다. 이 기준 하나로 네 가지 가격표를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다.
전세: 이자 없이 빌려주는 목돈
전세(Jeonse, key-money lease)는 세입자가 집값의 상당 부분(흔히 50~80%)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계약 기간(보통 2년) 동안 월세 없이 살다가 끝날 때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계약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방식이 큰 규모로 자리 잡은 나라는 거의 없다. 볼리비아에 비슷한 제도가 있는 정도다.
전세가 자리 잡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던 시절. 고도성장기에 은행 대출은 기업에 먼저 돌아갔고, 가계가 집을 사려고 빌릴 길이 좁았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사실상 사적인 대출로 썼다.
- 높은 금리. 금리가 연 10%를 넘던 시절에는 보증금을 예금에 넣기만 해도 월세 못지않은 이자가 나왔다. 집주인에게 전세는 월세를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 집값 상승 기대. 집주인은 보증금으로 집값의 대부분을 메우고 적은 자기 돈으로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가졌다. 이를 갭투자(Gap investment)라 부른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갭)만큼만 내 돈을 넣는다는 뜻이다.
세입자 쪽에서 보면 전세는 목돈을 맡기고 그 이자로 집세를 내는 계약이다. 매달 나가는 돈이 없으니 저축이 쉽고, 끝나면 목돈이 그대로 돌아온다. 대신 그 목돈이 남의 손에 있는 동안 생기는 위험, 즉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는다. 이 장의 절반이 그 위험에 관한 이야기다.
전월세 전환율: 보증금과 월세의 환율
앞의 가격표에서 보증금 2억원 전세와 보증금 1,000만원·월세 80만원은 사실상 같은 값으로 매겨져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 1억 9,000만원을 덜 받는 대신 월세를 받기 때문이다. 그 교환 비율이 전월세 전환율(Deposit-to-rent conversion rate)이다. 보증금 차액에 연 몇 %를 곱해 월세로 바꾸는지를 나타낸다.
아래 시소의 바닥 손잡이를 끌어 보증금을 바꿔 본다. 보증금을 덜어 낼수록 반대편에 월세 동전이 쌓인다. 그다음 전환율과 예금금리를 바꿔, 보증금을 더 넣는 쪽이 이득인지 덜 넣는 쪽이 이득인지가 뒤집히는 순간을 찾아본다.
전월세 시소: 보증금을 덜면 월세가 쌓인다
시소가 보여 준 규칙은 단순하다. 전환율이 내 돈의 수익률(예금금리, 대출이라면 대출금리)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편이 싸고, 낮으면 월세가 싸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같은 셈이 거꾸로 돈다. 은행 이자가 낮을 때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원하고, 금리가 오르면 세입자들이 전세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월세를 찾는다. 금리 뉴스가 전세·월세 비율을 흔드는 이유다.
같은 저울에 올리기
이제 월세·전세·매매를 한 저울에 올린다. 사라지는 돈을 항목별로 쓰면 다음과 같다.
매매에만 마지막 항 \(-Pg\)가 있다.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줄고, 떨어지면 비용이 는다. 매매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한 항이고, 매매가 가장 비쌀 수도 있는 이유도 이 한 항이다. 아래에서 세 슬라이더를 움직이거나, 아래 그래프의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집값 상승률을 바꿔 본다.
주거비 저울: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
저울에서 본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기본값(예금 3%, 대출 4%, 상승 2%)에서 연 비용은 월세 990만원, 전세 760만원, 매매 660만원이다. 그런데 매매의 660만원은 집값이 해마다 2%씩 오른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다. 상승률이 0%면 매매는 1,26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매매가 전세보다 싸려면 집값이 해마다 약 1.67%보다 더 올라야 한다. 매매를 고른다는 것은 그 상승률에 내기를 거는 일이고, 그 내기는 대출 때문에 크게 증폭된다(뒤의 레버리지 절).
반대로 월세는 늘 비싸 보이지만 가장 단순한 선택이다. 목돈이 묶이지 않고, 보증금이 작으니 떼일 돈도 작고, 이사가 자유롭다. 사회초년생에게 월세가 꼭 나쁜 선택이 아닌 이유다.
보증금이 사라지는 길: 깡통전세
저울은 "보증금은 돌려받는다"고 가정했다. 그 가정이 깨질 때가 전세의 진짜 위험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는 결국 그 집을 경매(Auction)에 넘겨 낙찰 대금에서 돌려받아야 한다. 이때 두 가지가 문제가 된다.
- 내 앞에 선 빚.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먼저 빌린 돈(선순위 근저당)이 있으면, 낙찰 대금은 그 빚부터 갚는다. 나는 남은 돈에서 받는다.
- 낙찰가는 시세보다 낮다. 경매로 팔리는 집은 대개 시세의 70~90% 정도에 낙찰된다(이를 낙찰가율(Winning bid ratio)이라 한다). 빌라·오피스텔처럼 거래가 적은 집은 더 낮게, 여러 번 유찰되면 훨씬 더 낮게 팔린다.
보증금과 선순위 빚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바짝 붙어 있거나 넘는 집을 깡통전세(Underwater jeonse)라 한다. 집을 다 팔아도 보증금을 채우지 못하는, 속이 빈 깡통이라는 뜻이다. 보증금 ÷ 집값을 전세가율(Jeonse-to-price ratio)이라 하는데, 전세가율만 보면 부족하고 선순위 빚까지 더해서 봐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시세 막대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집값을 바꿔 본다. 가운데 낙찰가가 따라 움직이고, 그 높이에서 그은 선이 오른쪽 막대를 자른다. 선 위로 올라간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깡통전세: 낙찰가가 보증금을 자르는 선
그래프의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집값이 그대로여도 경매에 가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낙찰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둘째, (선순위 + 보증금) ÷ 시세가 70~80%를 넘으면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이 잘린다. 전세가율이 높은 집은 월세로 환산한 값이 싸 보이지만, 그 싼 값은 위험을 내가 떠안는 대가다.
등기부등본 읽기
집에 얽힌 빚과 권리는 등기부등본(Real estate register)에 적혀 있다. 누구나 인터넷 등기소에서 몇백 원에서 1,000원 남짓에 뗄 수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다.
| 부분 | 적힌 것 | 세입자가 볼 것 |
|---|---|---|
| 표제부 | 주소, 건물 구조, 면적, 용도 | 계약서의 주소·호수와 같은가. 용도가 주거용인가(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이면 전입·보증 가입이 막힐 수 있다). |
| 갑구 | 소유권: 누가 주인인가, 언제 바뀌었나, 압류·가압류·경매·신탁 | 계약하러 나온 사람이 진짜 소유자인가. 소유권을 묶는 기록이 있는가. |
| 을구 | 소유권 외의 권리: 근저당, 전세권, 임차권 | 내 앞에 선 빚(채권최고액)이 얼마인가. |
아래는 가상의 집 세 채의 등기부를 줄인 것이다. 집을 고르고 오른쪽 점검 항목을 하나씩 체크하면, 그 항목에 해당하는 줄이 표시되고 판단이 나온다. 세 집 모두에서 위험 신호를 찾아본다.
등기부 점검: 위험 신호를 찾아라
등기부는 계약 직전에 한 번, 잔금을 치르는 당일에 한 번 더 뗀다. 계약과 잔금 사이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 말고도 볼 것이 있다. 집주인이 밀린 세금이 있으면 경매 때 그 세금이 보증금보다 먼저 빠질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집주인의 납세증명서(국세·지방세 완납 증명)를 요구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전입세대 확인서, 확정일자 부여 현황)도 다가구주택에서는 내 앞의 빚이 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효력이 생기는 시각
보증금을 지키는 법적 장치는 두 가지다.
- 대항력(Opposability): 집주인이 바뀌어도 새 주인에게 "계약 기간 동안 살고, 보증금을 돌려받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입주(점유)와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다음 날 0시에 생긴다.
- 우선변제권(Preferential repayment right): 집이 경매로 팔릴 때, 나보다 늦게 권리를 얻은 채권자보다 먼저 낙찰 대금에서 보증금을 받을 권리다. 대항력 요건에 더해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생긴다. 확정일자는 주민센터나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고, 전입신고를 할 때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
함정은 시각이다. 은행의 근저당은 등기소에 접수하는 즉시 효력이 생기지만,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생긴다. 집주인이 내 잔금일 당일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같은 날이라도 은행이 나보다 앞선다. 아래 타임라인에서 두 표식을 끌어 날짜를 바꿔 본다.
순위 타임라인: 같은 날이면 누가 먼저인가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집주인은 담보 대출(근저당 설정)을 하지 않는다. 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그리고 잔금 당일, 돈을 보내기 직전에 등기부를 다시 떼어 본다. 이사 날 전입신고를 미루지 않는 것, 계약 기간 동안 주소를 옮기지 않는 것(주소를 옮기면 대항력이 사라진다)도 같은 이유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앞의 장치들은 순위를 지켜 줄 뿐, 집값 자체가 모자라면 보증금을 채워 주지 못한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Deposit return guarantee)이다. 공적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나 보증보험사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 낸다. 보증료는 대략 보증금의 연 0.1~0.2% 수준이라(2026년 기준, 주택 유형·보증금·전세가율에 따라 다르다), 보증금 2억원이면 1년에 약 20만~40만원이다.
대신 아무 집이나 가입되지 않는다. (선순위 +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최근 기준 약 90%) 이하여야 하고, 주택가격을 매기는 방식도 정해져 있으며, 불법 건축물이나 근린생활시설은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증 가입이 되는 집인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 자체가 좋은 위험 점검이 된다. 가입이 거절된다면 그 집은 보증기관이 보기에도 위험하다는 뜻이다.
전세사기는 어떻게 짜이는가
2020년대 초반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사기가 잇따랐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20~30대였고, 처음 목돈을 맡긴 사람들이었다. 수법은 여러 가지지만 뼈대는 앞에서 본 구조의 약점을 그대로 파고든다.
집을 산다는 것: 영수증에 찍히는 것들
매매로 넘어가 보자. 저울에서는 매매의 연간 비용만 봤지만, 집을 사는 순간 한 번에 나가는 돈이 꽤 크다.
- 취득세(Acquisition tax): 집을 산 사람이 내는 지방세다. 1주택자 기준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구간은 1~3%로 서서히 오르고, 9억원 초과는 3%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취득세의 약 10%)가 붙고, 전용 85㎡를 넘으면 농어촌특별세가 더 붙는다. 다주택자는 세율이 훨씬 높다.
- 중개보수(Brokerage fee): 공인중개사에게 내는 수수료다. 매매는 2억~9억원 구간에서 상한 0.4%처럼 금액 구간별 상한 요율이 정해져 있고, 상한 안에서 협의한다.
- 등기·법무 비용: 소유권 이전 등기, 법무사 수수료, 국민주택채권 매입 할인비용, 인지세 등. 대략 집값의 0.1~0.3%다.
- 이사와 수리: 이사 비용, 도배·장판, 인테리어. 오래된 집일수록 커진다.
- 보유세(Holding tax): 집을 가진 동안 매년 내는 재산세와, 공시가격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붙는 종합부동산세. 1주택자의 중저가 주택이라면 대략 시가의 0.1~0.2% 수준이다.
아래 영수증에서 집값과 수리비를 바꿔 본다. 생애 처음 집을 사는 경우의 취득세 감면도 켜 본다.
매수 영수증: 집값 말고 내는 돈
집을 사고팔 때마다 집값의 3~5%가 사라진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3년마다 사고팔면 이 비용이 연 1~2%씩 비용을 늘리는 셈이라, 저울에서 매매가 이기려면 집값이 그만큼 더 올라야 한다. 집은 자주 사고팔수록 불리한 자산이다.
| 집값(1주택, 85㎡ 이하) | 취득세 + 지방교육세(약) | 중개보수 상한 |
|---|---|---|
| 3억원 | 330만원 (1.1%) | 120만원 (0.4%) |
| 5억원 | 550만원 (1.1%) | 200만원 (0.4%) |
| 7.5억원 | 1,650만원 (2.2%) | 300만원 (0.4%) |
| 10억원 | 3,300만원 (3.3%) | 500만원 (0.5%) |
대출과 레버리지: 집값의 10%가 내 돈의 25%가 된다
집을 살 때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받는다. 얼마나 빌릴 수 있는지는 두 가지 규제가 정한다(10장).
-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 집값 대비 대출 한도. 지역·주택 수·생애최초 여부에 따라 대략 40~80%이고, 대출 금액 자체에 상한이 붙기도 한다.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6억원까지로 묶였고, 10·15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의 한도를 집값에 따라 나눴다.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이고, 규제지역의 LTV는 40%다. 집값이 비쌀수록 LTV보다 금액 상한이 먼저 걸린다.
-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연소득 대비 한 해 동안 갚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비율. 은행권은 40%다(2026년 기준). 미래 금리 상승을 가정해 한도를 더 줄이는 스트레스 DSR도 적용된다.
대출로 집을 사면 집값의 변화가 내 돈에 몰려서 나타난다. 5억원 집을 내 돈 2억원, 대출 3억원으로 샀다고 하자. 집값이 10%(5,000만원) 오르면 대출은 그대로이므로 5,000만원이 모두 내 몫이다. 내 돈 2억원 기준으로는 25% 수익이다. 10% 떨어지면 똑같이 25% 손실이다. 이것이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효과다.
아래에서 대출 비율을 바꾸고, 그래프 위 손잡이를 끌어 집값 변화를 바꿔 본다. 돋보기 안의 숫자가 내 돈에 일어난 일이다.
레버리지 확대경: 집값의 흔들림이 내 돈에서는 몇 배인가
레버리지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집값이 오를 때 대출은 수익을 키우고, 내릴 때는 손실을 키운다. 그리고 집값이 그대로여도 이자는 꼬박꼬박 나간다. 비용을 켠 상태에서 손익이 0이 되는 집값 상승률을 찾아보면, 매매가 "비용 없는 저축"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보인다. 전세의 갭투자도 같은 구조다. 집주인의 대출이 은행 대신 세입자의 보증금일 뿐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그 손실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넘어온다.
집까지 걸리는 해
집값이 소득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다. 집값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두 모으면 몇 년 걸리는가"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소득의 일부만 모을 수 있고, 모으는 동안 집값도 움직인다. 아래 그래프는 모은 돈(초록)과 집을 사려면 필요한 자기 돈(빨강, 자기 돈 비율 + 부대비용 4%)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 준다. 두 선이 만나는 해가 집을 살 수 있는 해다.
집까지 걸리는 해: 모으는 속도와 집값이 달아나는 속도
두 선의 경주는 결국 저축이 불어나는 속도와 집값이 오르는 속도의 싸움이다. 저축률을 높이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지만, 집값 상승률은 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 집을 사야 하는가"에는 정답이 없고, 정할 수 있는 것은 "얼마까지 빚을 질 수 있는가", "집값이 떨어져도 버틸 수 있는가"뿐이다. 앞의 레버리지 확대경이 그 질문의 답을 보여 준다.
한결의 결정: 서른 살의 이사
2029년, 서른 살이 된 한결은 원룸(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에서 3년을 살았다. 연봉은 해마다 3%씩 올라 약 3,934만원이 되었고, 월 100만원씩 모은 돈은 연 3%로 굴려 약 3,760만원이 되었다. 8장에서 정한 비상금 600만원은 그대로 남겨 두기로 하니, 원룸 보증금 1,000만원을 돌려받으면 집에 쓸 수 있는 내 돈은 약 4,000만원이다. 회사와 가까운 투룸 빌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선택지는 셋이다.
- A. 원룸 유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
- B. 투룸 월세: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중개보수·이사비 약 130만원).
- C. 투룸 전세: 보증금 2억원 = 내 돈 4,000만원 + 전세자금대출 1.6억원(연 4%, 만기일시). 시세 2.8억원, 선순위 근저당 없음, 반환보증 가입(연 0.15% 가정). 중개보수·이사비 약 160만원.
매매는 이번 선택지에서 뺐다. 같은 집을 사려면 자기 돈 50%만 잡아도 1.4억원에 부대비용이 더 드는데, 한결의 돈은 4,000만원이다. 대출을 최대로 끌어 쓰면 앞의 확대경에서 본 것처럼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내 돈이 크게 흔들린다. 아래에서 세 선택지의 2년 누적 비용을 돌려 본다.
한결의 2년: 세 갈래의 누적 주거비
서른 살의 이사: 투룸 전세로 간다, 조건을 걸고
예금 3%, 전세대출 4%에서 1년에 사라지는 돈은 A 원룸 유지 750만원, B 투룸 월세 990만원(MN.housingCost), C 투룸 전세 760만원에 반환보증료 약 30만원을 더한 약 790만원이다. 같은 투룸이라면 전세가 월세보다 1년에 약 200만원 싸고, 지금의 원룸보다 약 40만원 더 들 뿐이다. 매달 나가는 현금도 대출이자 약 53만원으로 지금 월세 60만원보다 적다. 이사 비용까지 넣은 2년 누적은 A 1,500만원, B 2,110만원, C 1,740만원이다.
한결은 C를 고르되 조건을 걸었다. ① 전세가율 약 71%(2억 ÷ 2.8억)이고 선순위 근저당이 없음을 등기부로 확인한다. ② 반환보증 가입이 거절되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특약과,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다. ③ 잔금 당일 등기부를 다시 떼고, 같은 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친다. ④ 전세대출 금리가 약 5.25%를 넘으면 전세가 월세보다 비싸지므로, 만기 때 금리를 보고 다시 판단한다. 조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원룸에 1년 더 머문다.
핵심 정리
- 주거비는 '1년에 실제로 사라지는 돈'으로 비교한다. 돌려받는 보증금은 비용이 아니지만, 그 돈의 기회비용(예금 이자)과 대출이자는 비용이다.
-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그 이자로 집세를 내는 계약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 돈의 수익률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늘리는 편이, 낮으면 월세가 싸다.
- 매매의 연간 비용은 내 돈의 기회비용 + 대출이자 + 보유세·유지비 − 집값 상승분이다. 매매가 싸 보이는 것은 대부분 집값 상승 가정 덕분이고, 상승률이 그 아래로 내려가면 가장 비싼 선택이 된다.
- 깡통전세는 (선순위 빚 + 보증금)이 집값에 바짝 붙은 집이다. 경매 낙찰가는 시세보다 낮아서, 집값이 그대로여도 보증금이 잘릴 수 있다. 근저당은 채권최고액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한다.
- 등기부등본은 표제부(용도), 갑구(소유자·압류·신탁), 을구(근저당)를 본다. 계약 전과 잔금 당일에 두 번 뗀다.
-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확정일자가 더해져야 생긴다. 근저당은 접수 즉시 효력이 생기므로 같은 날이면 은행이 앞선다. 특약과 반환보증으로 그 틈을 막는다.
- 집을 살 때는 집값의 약 3~5%가 취득세·중개보수·등기비·이사·수리로 사라지고, 대출은 집값 변화를 1/(1−LTV)배로 키워 내 돈에 얹는다. 세율·규제 수치는 해마다 바뀐다.
확인 퀴즈
전세 2억원짜리 집을 보증금 1억원 반전세로 바꾸려 한다. 전월세 전환율이 연 5%라면 월세는 얼마인가?
MN.jeonseToRent(1e8, 0.05)). 내 예금금리가 5%보다 낮다면, 보증금 1억원을 더 넣고 월세를 안 내는 편이 1년에 그 차이만큼 싸다.3월 10일에 이사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쳤다. 집주인이 같은 3월 10일 오후에 이 집을 담보로 근저당을 접수했다면?
시세 3억원인 집에 선순위 근저당 1억원이 있고, 내 보증금은 2억원이다. 이 집이 경매에서 시세의 80%에 낙찰되면 돌려받는 보증금은? (경매 비용 등은 무시)
5억원 집을 내 돈 2억원, 대출 3억원으로 샀다. 1년 뒤 집값이 10% 떨어졌다면 내 돈(자기자본)은 몇 % 줄었나? (이자·세금은 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