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과 빚
카드를 긁는 순간 물건은 지금 내 것이 되지만, 돈은 다음 달의 내가 낸다. 신용이란 미래의 나에게 돈을 빌려 오는 능력이고, 빚은 그 약속이다. 약속을 잘 지키면 다음에 더 싸게, 더 많이 빌릴 수 있고, 한 번 어기면 그 흔적이 몇 년을 따라다닌다. 이 장에서는 신용점수가 무엇으로 매겨지는지, 신용카드가 돈을 언제 빼 가는지, 최소결제만 하면 빚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그리고 이미 진 빚을 어떤 순서로 갚을지를 직접 움직여 보며 확인한다.
- 신용을 '시간을 건너 돈을 옮기는 약속'으로 설명하고, 연이율을 하루·한 달 이자로 바꿔 감각을 잡는다.
- 신용점수의 네 가지 구성 요소와, 소액 연체가 남기는 기록과 회복 기간을 말한다.
-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차이, 결제일과 이용기간, 카드 한도가 만드는 착시를 이해한다.
-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현금서비스·카드론의 금리와 최소결제의 함정을 숫자로 확인한다.
- 법정 최고금리 20%와 불법사금융·대출 사기의 신호를 알고,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한다.
- 눈덩이(작은 빚부터)와 눈사태(높은 금리부터) 상환 전략을 비교한다.
신용: 미래의 나에게 빌리기
월급날까지 열흘이 남았는데 노트북이 고장 났다. 통장에는 50만원뿐이고 새 노트북은 120만원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미래에 들어올 월급을 지금으로 당겨 오거나. 두 번째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신용(Credit)이다. 신용은 "나중에 틀림없이 갚겠다"는 약속을 다른 사람이 믿어 주는 정도다. 라틴어 credo(나는 믿는다)에서 온 말이다.
그 약속이 숫자로 남은 것이 빚(Debt), 곧 부채다. 1장의 재무상태표에서 부채는 자산 반대편에 놓였다. 빚을 지면 자산(현금이나 물건)과 부채가 같이 늘고 순자산은 그대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래의 나는 빌린 돈에 더해 시간의 값, 곧 이자를 함께 낸다.
빌리는 값은 보통 연이율(Annual interest rate)로 적힌다. "연 18%"는 1년 내내 빌리고 있으면 원금의 18%를 이자로 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은 연 단위 숫자에 둔하다. 연 18%가 하루로는 얼마인지 바꿔 보면 감각이 달라진다. 아래에서 금액과 금리를 바꾸고, 시간이 흐르며 이자가 쌓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연이율을 하루 이자로: 잠자는 동안에도 쌓인다
300만원에 연 18%면 하루에 약 1,479원이다. 한 달이면 4만 5천원, 1년이면 54만원이다. 같은 돈을 예금 연 3%에 맡겨 받는 이자는 1년에 9만원(세전)이다. 맡길 때와 빌릴 때의 금리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금리 빚을 두고 저축을 하는 것은 대부분 손해다. 저축 이자로 버는 돈보다 빚 이자로 나가는 돈이 훨씬 크다.
신용점수는 무엇으로 매겨지는가
돈을 빌려주는 쪽은 "이 사람이 정말 갚을까"를 알고 싶다. 하지만 사람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과거의 행동을 본다. 그 기록을 모아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 것이 신용점수(Credit score)다.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1~10등급 대신 1~1,000점의 점수제를 쓴다. 점수는 NICE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같은 개인신용평가회사가 매기고, 은행과 카드사는 이 점수와 자체 심사를 함께 써서 대출 여부, 금리, 한도를 정한다.
평가 모형의 세부 내용은 회사의 영업 비밀이다. 다만 어떤 종류의 정보를 얼마나 무겁게 보는지는 대략 공개되어 있다. 회사마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네 가지다.
| 구성 요소 | 무엇을 보나 | 대략 비중(약) |
|---|---|---|
| 상환 이력 | 약속한 날에 갚았는가. 연체의 금액·기간·횟수, 연체 후 얼마나 지났는가 | 30~40% |
| 부채 수준 | 지금 빚이 얼마인가. 대출 잔액, 카드 한도 대비 사용 비율 | 25% 안팎 |
| 신용 거래 기간 | 얼마나 오래 신용 거래를 해 왔는가. 첫 거래와 유지 기간 | 10% 안팎 |
| 신용 형태 | 어떤 빚인가. 현금서비스·카드론·고금리 대출 이용, 체크카드 실적, 비금융 정보 | 25% 안팎 |
몇 가지 오해도 바로잡아 둔다. 신용점수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는 점수가 내려가지 않는다. 통신요금·공공요금을 꾸준히 낸 기록을 제출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빚이 하나도 없으면 최고점"도 아니다. 기록이 없는 사람은 판단할 근거가 없어 점수가 어중간하게 나온다. 사회초년생의 점수가 낮은 주된 이유가 이것이다.
아래 저울은 이 네 요소를 단순하게 흉내 낸 교육용 모형이다. 실제 점수 계산과는 다르다. 행동 버튼을 눌러 바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엇이 빨리 떨어뜨리고 무엇이 천천히 올리는지를 본다.
신용점수 저울: 행동이 바늘을 움직인다 (교육용 단순 모형)
저울에서 본 비대칭이 핵심이다. 점수는 떨어질 때는 빠르고 오를 때는 느리다. 연체 한 번이 수년 치의 성실한 기록을 지우고, 그 기록이 흐려지는 데는 다시 수년이 걸린다. 한편 카드 사용률처럼 지금의 상태를 보는 항목은 상태가 바뀌면 곧 따라 바뀐다. 그러니 신용 관리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첫째, 절대 연체하지 않는다. 둘째, 한도를 꽉 채워 쓰지 않는다. 셋째, 현금서비스·카드론처럼 '급전' 신호를 보내는 빚을 피한다.
연체가 남기는 흔적
연체는 "며칠 늦게 낸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늦은 날짜와 금액에 따라 기록이 남는 범위가 달라진다. 하루라도 늦으면 그 회사 안에 기록이 남고 연체이자가 붙는다. 금융회사의 연체이자율은 원래 약정 금리에 최대 3%p를 더한 수준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단기 연체 정보로 다른 금융회사들과 공유되어 점수가 크게 떨어진다. 90일을 넘기면 장기 연체로 등록되어 새 대출이나 카드 발급이 사실상 막힌다.
아래에서 연체 금액을 정하고, 위쪽 띠의 손잡이를 끌어 연체 일수를 늘려 본다. 아래쪽 그래프는 연체를 갚은 뒤 점수가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보여 주는 교육용 모형이다.
연체의 그림자: 며칠, 얼마나 늦었는가
| 연체 단계 | 무슨 일이 생기나 | 기록(약) |
|---|---|---|
| 1~4영업일 | 연체이자, 카드 사용 정지 가능, 해당 회사 내부 기록 | 그 회사의 평가에 남는다 |
| 5영업일 이상, 10만원 이상 | 단기 연체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 점수 큰 폭 하락 | 갚은 뒤에도 약 3~5년 평가에 쓰일 수 있다 |
| 90일 이상 | 장기 연체 등록, 신규 대출·카드 사실상 불가, 추심 | 갚은 뒤에도 최장 5년 안팎 |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돈이 빠지는 날
두 카드는 겉모습이 같고 결제하는 동작도 같다. 차이는 돈이 언제 빠지느냐다. 체크카드(Debit card)는 결제하는 순간 내 통장에서 돈이 빠진다. 통장에 없는 돈은 쓸 수 없다. 신용카드(Credit card)는 카드사가 가게에 먼저 돈을 내주고, 한 달 치를 모아 정해진 결제일에 내 통장에서 한꺼번에 가져간다. 그 사이의 몇 주 동안 나는 카드사에 돈을 빌린 상태다. 일시불로 제때 갚으면 이자가 없을 뿐, 엄연한 빚이다.
그 착시를 직접 본다. 한결의 숫자를 빌려 1~2월 두 달을 그렸다. 월급 265.6만원은 25일에 들어오고, 고정비(월세·관리비·통신·구독·학자금 상환) 약 94만원은 26일에 자동이체로 나간다. 나머지 생활비 118만원은 매일 조금씩 카드로 쓴다. 카드 종류를 바꾸고, 재생하거나 그래프를 끌어 날짜를 옮겨 본다.
보이는 잔고와 진짜 잔고
체크카드에서 통장 잔고는 정직하다. 신용카드에서 통장 잔고는 이미 쓴 돈을 아직 품고 있는 숫자다. 결제일 직전에 통장이 넉넉해 보이는 것은 지난달의 내가 쓴 돈이 아직 안 빠졌기 때문이다. 카드 앱이 보여 주는 '남은 한도'는 더 큰 착시다. 한도는 소득이 아니라 카드사가 정한 대출 상한이다. 신용카드를 쓸 때는 머릿속에서 늘 "통장 잔고 − 이번 달 카드값"을 계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제일과 이용기간
신용카드는 결제일마다 일정한 이용기간에 쓴 돈을 묶어 청구한다. 결제일을 14일로 정하면 보통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쓴 돈이 이번 달 14일에 빠진다. 결제일을 바꾸면 이용기간도 함께 밀린다. 같은 날 산 물건이라도 결제일에 따라 돈이 빠지는 날이 달라진다. 아래 달력에서 구매일(초록 칸)을 끌어 보고, 결제일을 바꿔 본다.
카드 결제 달력: 이번에 쓴 돈은 언제 빠지나
결제일은 내가 고를 수 있다. 원칙은 하나다. 월급이 들어온 뒤에 카드값이 빠지게 한다. 월급날이 25일인데 결제일이 23일이면 매달 이틀 동안 잔고 부족 위험을 안고 산다. 또 이용기간이 달력의 한 달(1일~말일)과 맞으면 "이번 달에 카드로 얼마 썼나"를 가계부와 맞춰 보기 쉽다. 7장에서 짠 예산과 카드 명세서가 같은 달을 가리키게 하는 것이다.
리볼빙, 현금서비스, 카드론: 카드 속의 고금리 빚
신용카드에는 일시불 결제 말고도 세 가지 빚이 들어 있다. 이름이 친근해서 빚이라는 느낌이 덜하지만, 금리는 이 책에 나오는 합법적인 빚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 이름 | 무엇인가 | 금리(연, 약) |
|---|---|---|
| 리볼빙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 이번 달 카드값 중 일부(예: 10%)만 내고 나머지를 다음 달로 넘긴다. 넘긴 돈에 이자가 붙고, 다음 달 카드값에 다시 얹힌다. | 13~19%대 |
| 현금서비스 단기카드대출 | 카드로 현금을 바로 빌린다. 쓰는 날부터 이자가 붙고 다음 결제일에 한꺼번에 갚는다. | 15~19%대 |
| 카드론 장기카드대출 | 카드사가 해 주는 신용대출. 몇 달~몇 년에 걸쳐 나눠 갚는다. | 12~18%대 |
| 참고: 일시불 | 결제일에 전액을 낸다. | 0% |
가장 조심할 것은 리볼빙(Revolving)이다. 카드 앱에서 '최소결제', '결제금액 조정', '일부만 결제' 같은 이름으로 권유되는데, 이번 달이 가벼워지는 대신 남은 돈이 고금리 빚으로 바뀐다. 이번 달 최소결제 금액은 남은 잔액의 일정 비율이어서, 잔액이 줄면 결제액도 같이 준다. 그래서 빚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아래에서 잔액, 금리, 최소결제 비율을 바꿔 본다. 그다음 "매달 추가 사용"을 켜 본다.
리볼빙 눈덩이: 최소결제만 하면
최소결제 비율이 낮을수록 이번 달은 편하지만 빚의 수명은 길어진다. 더 무서운 것은 세 번째 실험이다. 리볼빙을 쓰는 사람은 대개 카드를 계속 쓴다. 새로 쓴 돈까지 다음 달로 넘어가면 잔액은 줄지 않고 매달 내는 돈의 상당 부분이 이자가 된다. 빚이 끝나지 않는 상태, 곧 빚의 쳇바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한 달씩 넘겨 보면 보인다. 아래는 같은 300만원을 두 방식으로 갚는다. 위는 매달 잔액의 일정 비율(최소결제)을, 아래는 첫 달 최소결제 금액을 끝까지 고정해서 낸다. 막대의 빨간 부분이 이자, 초록 부분이 실제로 줄어든 원금이다.
최소결제의 함정: 줄어드는 결제액, 늘어나는 기간
비율 결제는 잔액이 줄수록 결제액도 줄어 원금 감소가 점점 느려진다. 첫 달 금액을 계속 내기만 해도 기간은 3분의 1, 이자는 절반 근처로 줄어든다(10% 기준 31개월 → 11개월, 약 48만원 → 약 27만원). 리볼빙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은 추가 사용을 멈추고, 결제액을 고정하거나 늘리는 것이다. 리볼빙 약정을 해지하면 다음 결제일부터는 다시 전액이 청구된다.
법정 최고금리와 불법사금융
아무리 신용이 낮아도 합법적인 금융회사가 받을 수 있는 이자에는 상한이 있다. 2026년 기준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이를 넘는 이자 약정은 넘는 부분이 무효이고, 이미 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연 60% 초과 같은 반사회적인 대부 계약은 원금과 이자 전부를 무효로 할 수 있도록 법이 강화되었다(2025년 시행).
문제는 이 선 바깥이다. 은행과 카드사에서 거절당한 사람에게 "신용 무관, 당일 입금"을 내세우는 불법사금융이 접근한다. 이들은 보통 연이율 대신 "일주일에 20만원만 더", "100만원 빌려 가면 30만원 떼고 입금" 같은 말을 쓴다. 이 말을 연이율로 바꾸면 정체가 드러난다.
아래 금리 사다리는 가로축이 로그 눈금이다. 1%에서 10%로 가는 거리와 100%에서 1,000%로 가는 거리가 같다. 손잡이를 끌거나 제안 예시를 눌러, 사채의 금리가 합법적인 빚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본다.
금리 사다리: 20%의 선 너머
다음 가운데 하나라도 들어 있으면 멈춘다. ① 대출 전에 수수료·보증금·'신용 올리는 비용'을 먼저 보내라고 한다. ②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 준다며 기존 대출을 특정 계좌로 갚으라고 한다. ③ 문자 링크로 앱을 설치하게 하거나 신분증 사진·인증번호를 요구한다. ④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빌려 달라고 한다(대포통장으로 쓰이면 나도 처벌받는다). ⑤ 연락처 목록 접근을 요구하거나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한다. ⑥ 이율 대신 "일주일에 얼마", "선이자 떼고 입금"으로 말한다.
정식 금융회사는 대출 전에 돈을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 의심되면 금융감독원(1332)에 상담하고, 협박·불법 추심은 경찰(112)에 신고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채무자대리인(무료 변호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급한 생활비가 필요하면 서민금융진흥원(1397) 같은 공적 창구부터 확인한다.
좋은 빚과 나쁜 빚
빚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집을 살 때, 공부할 때, 사업을 시작할 때 빚을 진다. 질문은 "빚이 있느냐"가 아니라 "이 빚이 미래의 나를 더 부유하게 만드느냐"다. 두 가지를 본다. 첫째, 빌린 돈이 자산이나 소득을 만드는가, 아니면 소비로 사라지는가. 둘째, 그 빚의 금리가 빌린 돈이 벌어 오는 것보다 낮은가.
좋은 빚도 너무 많으면 나쁜 빚이 된다. 소득에서 빚 갚는 데 나가는 몫이 커지면 작은 충격(이직, 병원비, 금리 인상)에도 버티지 못한다. 그 몫을 재는 잣대가 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다. 은행이 대출 한도를 정할 때 쓰는 DSR(10장)과 같은 생각이다. 아래에서 소득을 정하고 빚을 하나씩 더해 본다.
빚 부담 게이지: 소득의 몇 %가 빚 갚는 데 나가나
게이지가 보여 주듯, 빚 하나하나는 감당할 만해 보여도 더해지면 다르다. 특히 금리가 높은 빚은 원금에 비해 월 상환액이 크고, 짧은 기간에 갚아야 해서 게이지를 빨리 밀어 올린다. 빚을 새로 질지 고민될 때는 "이 빚이 무엇을 만드는가"와 함께 "더하고 나면 게이지가 어디에 가는가"를 본다.
이미 진 빚을 갚는 순서: 눈덩이와 눈사태
빚이 여러 개라면 매달 각 빚의 최소 상환액을 내고, 남는 돈을 어느 빚에 먼저 몰아줄지 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전략이 둘이다.
- 눈사태(Avalanche): 금리가 가장 높은 빚부터 갚는다. 수학적으로 총이자가 가장 적다.
- 눈덩이(Snowball): 잔액이 가장 작은 빚부터 갚는다. 빚 하나가 빨리 사라지는 경험이 계속할 힘을 준다.
어느 쪽이든 빚 하나를 다 갚으면 그 빚에 내던 최소 상환액까지 다음 빚으로 굴린다. 그래서 갚을수록 공격하는 돈이 커진다. 아래 예시의 네 가지 빚(숫자는 고칠 수 있다)으로 두 전략을 동시에 출발시킨다. 매달 빚 갚는 데 쓸 총액을 바꿔 가며 경주를 다시 돌려 본다.
눈덩이와 눈사태의 경주
이 예에서 두 전략의 이자 차이는 수만 원이다. 금리 차가 크고 고금리 빚의 잔액이 클수록 차이는 벌어진다. 원칙적으로는 눈사태가 돈을 아끼지만, 빚 갚기는 몇 년짜리 마라톤이라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첫 승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눈덩이가 맞다. 어느 쪽이든 공통 규칙이 있다. 갚는 동안 새 빚을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전략보다 매달 갚는 금액이 결과를 더 크게 바꾼다.
한결의 첫 신용카드
입사 두 달째, 한결에게 카드사의 문자가 온다. "첫 신용카드 발급 시 한도 500만원, 결제금액 조정 서비스로 부담 없이." 지금까지 체크카드만 쓴 한결은 이 장에서 본 것들로 조건을 하나씩 따져 본다.
첫 신용카드: 한도는 낮게, 결제는 전액, 날짜는 월급 뒤로
한결의 한 달 생활비 가운데 카드로 나가는 변동비는 교통·식비·쇼핑·기타를 합쳐 약 118만원이다. 한도 500만원은 이 네 배가 넘는다. 한결은 한도를 150만원으로 낮춰 신청하고, 월급날(25일) 뒤에 돈이 빠지도록 결제일을 정한 뒤 전액 자동이체를 걸었다. '결제금액 조정 서비스'가 리볼빙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가입하지 않았다. 만약 첫 달에 300만원을 리볼빙으로 넘겨 최소결제 10%만 냈다면 31개월 동안 이자 약 48만원을 냈을 것이다. 거기에 매달 10만원씩 카드를 더 썼다면 빚은 약 104만원 근처에서 줄지 않고 이자만 계속 냈을 것이다.
신용점수를 위해서는 화려한 기술이 필요 없다. 카드값과 통신비를 하루도 늦지 않게 내고, 한도의 절반 이상을 쓰지 않으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쓰지 않는다. 체크카드는 비상금 통장과 연결해 두 번째 수단으로 남겼다.
핵심 정리
- 신용은 미래의 소득을 지금으로 당겨 오는 약속이다. 빌린 만큼 미래의 나는 원금과 이자를 더해 덜 쓰게 된다. 연 18%는 300만원에 하루 약 1,479원이다.
- 신용점수(1~1,000점)는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 거래 기간, 신용 형태로 매겨진다. 조회는 점수를 내리지 않는다. 점수는 떨어질 때 빠르고 오를 때 느리다.
-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금융권에 공유되고, 갚은 뒤에도 수년간 평가에 남을 수 있다. 소액·단기 연체도 그 회사에는 기록된다.
- 신용카드는 결제와 출금 사이에 틈을 만든다. 통장 잔고는 이미 쓴 돈을 품고 있고, 한도는 내 돈이 아니다. 결제일은 월급 뒤로, 결제는 전액으로 한다.
- 리볼빙·현금서비스·카드론은 연 10%대 중후반의 고금리 빚이다. 최소결제는 빚의 수명을 늘리고, 새 사용이 더해지면 빚이 끝나지 않는다.
-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선입금 요구, 대환 유도, 통장 대여 요구, "일주일에 얼마"식 제안은 불법사금융·대출 사기의 신호다.
- 좋은 빚은 자산·소득을 만들고 금리가 낮다. 여러 빚은 눈사태(고금리부터)가 이자를 가장 아끼고, 눈덩이(작은 것부터)는 빠른 성취감을 준다. 전략보다 갚는 금액과 새 빚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확인 퀴즈
1. 카드값 300만원을 연 18% 리볼빙으로 넘기고 매달 잔액의 10%만 낸다. 새로 쓰는 돈이 없을 때 가장 가까운 설명은?
2. 빚이 여러 개일 때 총이자를 가장 적게 내는 상환 순서는?
3. 한 대부업자가 "100만원 빌려 가면 한 달 뒤 130만원만 갚으면 된다"고 한다. 옳은 판단은?
4. 신용점수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